기업가정신이 기업의 성공적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비전과 전략 등 4가지 핵심요소(팩트)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최근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위해 ‘기업가정신’만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조돼, 주목된다.
이유택 뱁슨대 경영학과 교수는 27일 벤처기업협회와 전자신문이 공동 주최한 벤처 콘퍼런스에서 ‘기업가정신과 벤처기업의 혁신’ 주제발표를 통해 “기업가정신이 구체적인 혁신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중간에 프로세스 단계를 거쳐야 한다”며 “기업이 기업가정신과 혁신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오히려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4가지 핵심요소로 비전과 전략, 프로세스 관리, 고객 목소리, 조직원 목소리를 꼽으며 “이들 요소에 근거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기업은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계와 연구계에서 기업가정신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공통점으로 ‘혁신’을 들며, 혁신도 기술만이 아닌 프로세스·비즈니스 등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혁신은 ‘지식을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로 바꾸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현재를 모른 채 미래를 접근해서는 얻기 힘든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에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이민화 기업호민관(중소기업 옴부즈맨)은 ‘벤처의 재도전과 기업가정신’ 강연에서 벤처의 재도전(벤처 2.0)을 위해 △M&A 중간회수 시장 △선순환 생태계 조성 △연대보증 해소 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호민관은 벤처기업들이 ‘죽음의 계곡’을 뛰어넘기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M&A거래소(M&A 중간회수 시장)’를 들며 “M&A는 지식경제를 넘어 창조경제시대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라고 소개했다. 죽음의 계곡은 벤처가 창립 3∼7년차에서 자금난을 겪는 상황으로 이 호민관은 현 시스템에서는 계곡을 뛰어넘는 벤처기업이 50곳을 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이 호민관은 우리나라에 엔젤투자자가 사라진 이유도 투자 후 5년 이내에 회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 갖춰졌기 때문이라며 M&A활성화와 이를 위한 거래소 설립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선순환 생태계 구축에 대해 이 호민관은 “벤처가 단독으로 세계 시장에 진입하는 비용은 기술 개발보다 큰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선도기업과 기술기업이 결합한 복합 생태계 형성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또 “벤처기업들은 대기업과의 불공정 거래에 애로를 겪고 있다”며 “이는 대기업의 혁신역량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기업가 정신 제고를 위해 기업가 연대보증 등 신용리스크 문제, 세무와 관세 행정 등 정부 규제의 해결을 역설했다.
이 호민관은 “벤처의 재도전은 M&A거래소, 생태계 프로젝트, 기업가정신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가능하다”며 “혁신과 상생의 벤처생태계가 조성되면 벤처가 2015년 GDP 20%, 성장의 50%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주제발표 직후에는 한정화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이재만 씨모텍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패널토론이 펼쳐졌다. 토론에서 한정화 교수는 “기업가정신이 위축돼 있는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대표적으로 “벤처 1세대가 겪은 성공과 실패 지식이 축적돼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정부의 역할로 ‘혁신제품 시장규모 확대’ ‘회수시장 활성화’ ‘실패기업 지원’ ‘상생 문제’ 그리고 ‘기업가적 역량개발’ 등 5가지를 꼽았다.
이언호 전무는 “벤처 실패원인으로 ‘돈(자금)’과 관련된 부분이 많다. 도전정신, 보람, 사회공헌 등이 경시됐던 것 같다”면서 “벤처 2.0에서는 도덕성, 사회공헌, 일자리 등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만 대표는 벤처기업가가 젊은이들이 창업해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불쏘시개’ 역할로서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벤처협회와 대학이 협력해 기업가 학생들이 만남을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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