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약과 같은 `출연연 인센티브`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 원리가 지배한다. 승리를 거둔 자가 독식을 하고 이로써 인간이나 조직, 기업 모두 강해진다. 이 같은 자본주의 원리는 17, 18세기 산업혁명을 이끌면서 오늘을 만들었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연구 시스템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과학기술 분야에 이 같은 논리가 적용되면 모든 연구과제는 성과를 거두기 쉽고, 돈벌이가 좋은 부문으로 쏠린다. 연구원들은 인센티브가 많은 부문의 연구개발에 집중한다. 정부가 특정 연구부문에 지원을 집중하면 기업이나 연구소는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연구조직을 우후죽순 만들어낸다. 지난 정부 때 정부 출연연구기관마다 같은 이름의 연구조직을 만드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현 정부가 녹색성장을 국가 성장 어젠다로 설정하자 기업이나 출연연이 모든 연구과제에 ‘그린’을 넣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산업기술연구회 국감에서 정부출연연 연구원의 기술료 인센티브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최철국 지식경제위원회 의원은 정부출연연이 기술료 인센티브에 집중하게 되면 원천기술 대신 응용기술에 매진하는 풍토가 조성될 것이라는 우려했다. 맞는 얘기다.

 출연연 연구원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인센티브 제도는 마약과 같다. 인센티브 제도는 장기 연구과제보다는 상품화가 가능한 단기 연구과제에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정부 출연연 연구원은 상품화가 가능한 연구개발을 찾아다니고, 기업의 프로젝트를 따와 상품화 연구에 매달린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결국 원천기술 개발을 할 주체가 점점 사라진다.

 우리는 정부출연연을 만든 목적을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정부편의상 산업기술연구회와 기초기술연구회로 구분했지만, 출연연은 이제 중장기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교과부는 얄팍한 인센티브를 좇는 연구원이 아니라 국가 미래를 그리는 연구원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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