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캠 ‘VX-2000’은 회사 이름과 달리 ‘의외로’ 하드웨어를 잘 만들기로 이름난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130만화소 웹캠이다. 첫 인상은 앙증맞다. 그러나 전체적으론 좋다고 볼 수는 없는 감흥 없는 모습이다. 사실 웹캠이 클 필요야 없지만 작은 덩치에 숨어 있는 듯한 작은 렌즈는 이 제품의 화질 자체까지 의심스럽게 한다. 물론 이런 걱정은 써보기 전 기우에 불과하긴 했지만.
VX-2000은 본체 아래쪽에 접고 펼칠 수 있는 받침대 겸 집게를 달았다. 모니터 위에 걸치거나 평평한 바닥 위에 올려놓는 등 원하는 대로 배치할 수 있는 구조다. 단 받침을 접거나 펼 때 스프링 같은 게 없어 힘을 받지 못하는 게 아쉽다. 조금 더 받침을 조여주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본체에는 마이크를 내장했다. 당연히 따로 마이크를 달 필요가 없다.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 위에 놓인 웹캠에 말하듯 이야기만 하면 소리는 깨끗하게 전달된다. 설치와 사용 방법은 한마디로 ‘초간단’이다. 웹캠을 PC에 연결하기 전에 드라이버를 먼저 설치해야 하는데 혹시나 실수할까 싶었는지 아예 USB 케이블 끝에 먼저 드라이버를 설치하라는 안내 문구까지 붙이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CD에 담긴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윈도 업데이트를 통해 최신 버전으로 알아서 설치 작업을 마친다. 드라이버를 설치하고 USB 포트에 끼우면 바로 쓸 수 있다.
라이브 캠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지 않고 웹캠을 써야 하는 상황에선 알아서 작동하니 자유롭게 쓰면 그만이다. 동영상과 스틸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웹캠답게 영상통화나 영상회의, 채팅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130만화소 웹캠이다. 130만화소라고 하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리 화질이 좋아도 네트워크 상태에서 화면이 끊기면 오히려 낭패 아닌가. 이 때문에 일부 모델을 빼곤 웹캠 대부분은 HD급 화질을 지원하지 않는다. 더구나 HD급으로 실시간 인코딩을 하려면 PC사양도 좋아야 하는 만큼 간단히 얼굴 보면서 얘기하려다 적잖은 문제에 부딪힌다. 130만화소는 이런 점에서 보면 현실적인 접근이고 사용자를 위한 현명한 배려다. 가격도 3만∼4만원 사이니 부담스럽지 않다.
기본 촬영 기능 외에 얼굴 위에 가면을 씌우거나 얼굴 자체를 왜곡해 코믹한 상황을 연출하는 등 재미를 더해주는 효과도 크다. 이들 기술은 사용자 얼굴을 인식해 자연스레 사물을 얹히는 식이다. 간혹 위치를 잘못 잡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인식률은 훌륭하다. 재미난 기능은 윈도 라이브 메신저 외에 네이트온 같은 메신저에서도 잘 작동한다. 실제로 써보니 다음 TV팟 웹캠 올리기 같은 곳에서도 매끄럽게 동작한다. 화질 열화가 다소 보이지만 인터넷에 올릴 때에도 얼굴을 손쉽게 가리는 일은 가능해졌다.
VX-2000 첫 느낌은 서두에 밝혔듯이 별로였지만 써볼수록 꽤 정이 간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화질· 음질 모두 만족스럽다. 굳이 흠을 잡자면 받침 구조가 아쉬운 정도. 하드웨어 잘 만드는 회사가 내놓은 웹캠은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보다 매력적으로 보인다.
김정균·운영자 www.neoearl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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