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침해 방조행위로 볼 수 없다"

3년여를 끌어 온 일본의 대표 파일공유 소프트웨어(SW) ‘위니’의 개발자에 대한 저작권 위반 공소심 판결이 지난 8일 오사카 고등법원에서 있었다. 결론은 ‘무죄’. 징역 1년에 벌금 150만엔을 선고한 2006년 12월의 1심 재판결과를 180도 뒤집은 의외의 결과다.

일본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상업용 SW, 최신 개봉영화가 인터넷에서 불법적으로 유포되고, 최근에는 유출된 개인정보까지 거래되는 등 폐해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재판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무죄 판결 이유는=위니를 개발해 인터넷에 공개한 전직 도쿄대학원 조교 가네코 이사무 피고는 2006년 저작권 관련 단체에 의해 피소됐다. 피고의 혐의는 공중 송신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이다. 1심 판결을 맡은 교토지방법원은 “위니가 불법파일 공유에 사용될 것을 알면서도 피고가 SW를 개발·업그레이드 해왔다”며 방조죄 성립을 근거로 유죄선고했다.

2년 10개월이 지난 이번 고등법원 심판에서 판결 내용은 뒤집혔다. 오사카 고등법원 오구라 쇼조 재판장은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피고의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가 위니 이용자들이 저작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인지했더라도 SW 개발·공개의 목적이 저작권 침해 행위를 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1심에서 지적된 방조죄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저작권 침해 행위에 사용될 것이라는 인식만으로는 방조죄 성립이 불가하며, SW 제공 시 침해행위를 권유한 경우에만 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새 법리해석 기준도 제시했다.

불법 파일을 교환하지 말도록 부탁한 피고의 공지노력과 위니가 ‘유용’과 ‘악용’ 모두에 사용될 수 있는 가치중립적 SW란 점도 무죄판결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그러들지 않는 불법 파일공유=SW 개발사들의 모임인 컴퓨터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ACCS)는 이번 판결에 놓고 “수긍할 수 없는 의외의 결과”라며 “판결에 관계없이 피고에게는 분명히 사회적·도의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에 대응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ACCS는 또 “저작권 보호대책 없이 파일공유가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사회적으로 저작권 침해 행위가 만연될 게 뻔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실제 위니 등 파일공유SW를 매개로 횡행하고 있는 개봉전 영화, 상용 게임SW, 디지털 음악 등의 인터넷 불법공유 실태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1심에서 위니 개발자가 유죄판결을 받은 후 2006년 53만명에 달하던 위니 이용자는 지난 9월 30만명 수준으로 감소하기도 했지만 위니와 유사한 ‘셰어’ 등으로 이용자가 대거 이동하며 풍선효과가 일고 있다. 최근에는 상업용 SW뿐만 아니라 불법 유출된 대규모 개인정보가 인터넷에서 공유되며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ACCS와 통신사업자 등 일본 내 9개 단체는 지난해 5월 대책협의회를 설립, 위법 이용자에게 직접 경고 메일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정부도 내년 1월부터 불법 파일다운로드 행위를 금지하는 개정 저작권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고 메일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개정 저작권법에도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