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반도체, 휴대폰, LCD TV 등의 IT 제품과 조선, 철강, 자동차에 이어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를 거론하고 있다. 혹자는 대한민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마트 그리드의 구현이 필연적으로 요구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스마트 그리드는 기존 전력망과 IT를 결합해 기능화된 전력망을 구축하는 것으로,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려는 차세대 전력망이다. 전력망이 분산된 네트워크 구조를 가진다는 점에서 스마트 그리드는 에너지 분야의 인터넷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하는 첫 번째 목표는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는 것이다.
전력 소비는 시간대와 계절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크지만 발전 설비는 최고 소비량에 10% 정도의 예비전력 수요를 감안하여 건설되므로 발전 설비의 평균 가동률은 70% 정도에 불과하다. 또 평상시 기저 발전 설비에는 값싼 원자력과 석탄이 사용되지만 최고 수요 때에는 고가의 원료인 가스와 석유가 사용되기 때문에 예비 발전 설비의 전력 생산 비용은 기저 발전 설비 생산 비용의 2.7배에 이르고 있다.
이에 반해 스마트 그리드는 수급 상황별로 차등 요금제를 적용하여 전력 수요를 분산하고 소비자들에게 전기 사용량과 요금을 실시간으로 보여줌으로써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게 된다. 스마트 그리드 구축 시 에너지 절약 효과는 6% 내외로 추정된다. 금액적으로는 전기요금 연간 1조8000억원, 설비투자 비용 1조원으로 연간 2조8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두 번째 목표는 신재생 에너지의 활용 기반을 구축하는 데 있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는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과제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5년도 기준 5.9톤으로 세계 7위며, 증가율은 90%(1990∼2004년)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태양광, 풍력, 조력 등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정부도 현재 2.6%에 불과한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2030년도까지 3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신재생 에너지는 일조량이나 바람의 세기에 따라 전력 생산이 불규칙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변환 장치를 이용해 직류를 교류로 전환해 주는 등 불안정한 에너지를 안정적인 전기에너지로 변화해 주고 신재생 에너지와 화력 발전소 공급량을 자동적으로 조정하는 등 신재생 에너지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활용도를 높여 주게 된다.
세 번째 목표는 차세대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는 데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스마트 그리드 관련 시장이 2030년까지 2조98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16일 ‘세계 최초 국가 단위의 지능형 전력망 구축 비전’을 발표했다. 이 비전은 2030년도에 국가 단위 지능형 전력망 구축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11월 말에 스마트 그리드 로드맵을 최종 확정하기로 하고 2012년까지 1조8000억원을 그린에너지 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스마트 그리드는 그 필요성과 파급력을 감안할 때 이제 선택의 단계를 넘어 어떻게, 얼마나 빨리 하는지가 관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다행히 우리는 초고속 인터넷 망이 발달되어 있고 IT 분야에 있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토가 좁고 단일 송배전 회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등 스마트 그리드 산업을 육성하는 데 많은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인 빨리빨리 정신과 IT와 통신 기술을 결합해 정부의 로드맵대로 선도적으로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한다면 최초로 상용화를 이룬 CDMA 휴대폰처럼 스마트 미터 중심의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를 수출 제품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스마트 그리드는 녹색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인프라다. 향후 스마트 그리드를 기반으로 통신, 가전, 건설, 자동차, 에너지 등 유관 산업들이 융합되어 나갈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는 기술적 장벽과 사업영역의 확장성으로 인해 초기 선도 기업에게 매우 높은 부가가치를 제공할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시장성을 가진 이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은 매우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우리가 그동안 IT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31일 제주도 구좌읍에서는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 착공식이 열렸다. 우리의 IT가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또 하나의 신성장 산업 육성을 위한 촉매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jbyoon@samil.com
많이 본 뉴스
-
1
'대세는 슬림' 삼성, 폴드7도 얇게 만든다
-
2
삼성·SK 하이닉스 '모바일 HBM' 패키징 격돌
-
3
[ET톡] 퓨리오사AI와 韓 시스템 반도체
-
4
자체 모델·오픈소스·MS 협력…KT, AI 3트랙 전략 가동
-
5
마이크론 공략 통했다…펨트론, 모듈 검사기 공급
-
6
트럼프, 푸틴과 만남 “매우 곧”..EU 보복관세 계획엔 “그들만 다칠 뿐”
-
7
“브로드컴, 인텔 반도체 설계 사업 인수 검토”
-
8
머스크, 챗GPT 대항마 '그록3' 17일 첫선
-
9
천안시, 총 인구수 70만 달성 코앞…작년 7000여명 증가 5년 만에 최대 유입
-
10
속보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여야 합의로 산자위 소위서 가결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