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최경환 장관의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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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경제부는 거대 부처다. 양말에서 비행기까지 다루지 않는 산업이 없다. 한국 산업의 진흥주체면서 또한 산업기술 개발의 주조종실 역할을 한다. 영역만큼이나 일도 많고 탈도 많다. 규제 부처가 아닌 진흥 부처다 보니 일이 산더미다. 실물경제를 다루고 산업과 밀착돼 일을 하다 보니 잠시도 숨돌릴 겨를이 없다. 그러면서도 고생에 비해 이른바 말하는 ‘힘’은 별로 없다. 규제를 버린 까닭이다.

 이 때문에 지경부는 기업과 더욱 가까운 부처가 됐다. 당시 논리긴 하지만 동력자원부도 흡수했고 정보통신부도 흡수했다. 규제로 으쓱하던 시대와 달리 산업코드가 변화하는 것을 빨리 감지한 지경부의 동물적 감각이 예리할 뿐이다. 이젠 규모나 영역 면에서 제1부처가 된 지경부는 규제 이상의 힘을 지닌 진흥부처가 됐다. ‘규제의 힘’을 버리고 새로운 ‘변화하는 힘’을 얻었다.

 하지만 대(對)기업 서비스의 주무부처로 우뚝선 지경부에도 고민은 있다. 엄준한 조직체계를 갖춘 부처다 보니 수장의 의지에 따라 방향이 바뀌는 사례가 종종 있다. 물론 정부의 어젠다가 있고 변화한다 해도 그 범위긴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일관성이 흐트러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새롭게 장관이 들어섰으니, 무언가 보여줘야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색깔을 내야 하고 업적을 쌓아야 하는 부담감도 있다. 그래서 새로운 정책이 나온다.

 그러나 정책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알게 모르게 규제가 끼어들게 마련이다. 전봇대 하나 뽑는데,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어렵사리 하나하나 제거한 규제가 새로운 장관의 취임으로 순식간에 고개를 든다면 이명박정부는 ‘헛장사’한 것이나 다름없다. 차라리 일을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색깔을 내야 하고 업적을 쌓아야 하는 당위론은 이해한다. 하지만 정책 하나에도 ‘규제타파’의 기본원리를 반드시 따져야 한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다.

 또 하나, 기술인력의 중요성을 새겨야 한다는 점이다. 지경부의 업무 중 산업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것 또한 큰 미션이다. 산업의 흐름을 간파하고 미래 어떤 기술을 육성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에 따라서 세부적인 전문기술인으로서의 시각도 필요하다. 한국경제를 이만큼 성장하게 한 원동력은 산업기술이다. 앞으로도 산업기술은 한국 경제의 젖줄 역할을 할 것이다. 당연히 전문적인 식견의 기술인이 필요하고 이를 중히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일본, 영국 등 기술 선진국은 과학기술인력을 국가의 중요한 재원으로 여긴다. 과학기술이 곧 국가의 힘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힘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명제다. 다행히 정부도 2013년까지 고위공무원(3급 국장급 이상) 내 이공계 인력비율이 30%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에 앞서 현재 가용한 기술인력을 추리고 이들을 중히 쓰는 현실적 대책 또한 필요하다.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최경환 지경부 장관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당장의 먹거리와 미래 먹거리를 책임져야 하는 한국 산업의 지휘자로서 ‘좌고우면(左顧右眄)’은 필연이다. 훗날 오늘을 기억할 때 의미 있고 가슴 당당한 때로 회고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산업과 기업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이경우부장@전자신문,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