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IT일등 상품은 단연코 디스플레이다.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수출 비중을 봐도 확연하다. 빠르게 뒤쫓아 오는 신흥 기술국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한국의 부가가치를 대변하는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추종하는 기술과의 거리유지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양산 설비기술은 투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한계점은 분명히 있다. LCD의 테생국이나 다름없는 일본도 결국 한국의 집중투자와 노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젠 상황이 역전될 판이다. 중국의 대단위 집중투자에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언제 추월 당할지 모를 일이다.
따라서 지금 내려야 할 결론은 명분보다 실리, 보이지 않는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일이다. ‘우리 기술이 최고’라는 자부심은 좋지만 지나치게 폐쇄적인 전략으로 시장을 고수한다면 이 또한 수성(守城)을 장담할 수 없다. 산업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이미 일본과 대만이 기술을 미끼로 입질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뒤늦은 ‘챔질’은 ‘고기없는 텅빈 비구니’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풀어줄 것은 풀어주고, 실리는 챙기면서 기술우위를 확보하는 다각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일 먼저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에 8세대 대면적 LCD 패널 라인을 건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일부 부품이나 모듈생산을 중국에서 실시하고 있으나 패널생산을 하겠다고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사업은 시간의 예술이다.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아이템으로 접근해야 한다. 성공하는 기업은 기술도 있지만, 오차 없는 마케팅의 승부에도 있다.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을 적시적소에 공급하는 것이 성공 포인트다. 이미 보편화된 기술을 지키는 것만이 디스플레이 강국의 갈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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