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에 대한 위기감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지구의 변화가 확연하다. 산업혁명 이전 280ppm이던 온실가스 농도가 2005년에는 379ppm까지 치솟았다.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 온도는 0.74도 상승했으며, 지난 20세기에만 해수면 높이가 17㎝ 높아졌다. 사람의 몸으로 치자면, 열병에 고혈압 등 온갖 병들로 제대로 작동하는 기능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지구의 쾌유를 염원하는 세계인의 노력도 분주하다. 1992년 6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의 안정화를 목표로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협약(UNFCCC)’을 채택했다. 이어 1997년 12월 ‘교토의정서’에서 선진국의 온실가스감축에 구속력을 부여하기에 이른다. 2007년 12월 제13차 유엔(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발리 로드맵’을 보자.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2012년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체제에 관한 협상을 2009년까지 완료,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인은 지구를 지키는 녹색기술에 목말라 있다. 우리가 원자력에 주목하는 이유다. 원자력은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청정 에너지원이다. 3E라고 하는 환경(Environment)과 경제(Economy) 그리고 에너지(Energy)를 동시에 충족하는 지속발전 가능한 에너지원이다.
우리 정부는 2009년 2월 26일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정부확정안’을 통해 원자력을 청정에너지기술인 동시에 녹색기술로 간주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도 원자력을 녹색기술로 분류, 국가 차원에서 적극 육성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CoolEarth 50 계획’을 세워 원자력을 포함한 21개 핵심 녹색기술을 발표하고,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또한, ‘SET-Plan’을 통해 원자력발전 등 녹색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국제에너지기구(OECD/IEA)는 17개 온실가스 감축 기술로서 제3 세대 및 제4 세대 원자력기술을 포함했다. 이들 국가의 녹색기술 정책에는 원자력이 공통분모로 자리하고 있다.
OECD/IEA는 2006년에 비해 2030년께에는 세계 에너지 수요가 45%까지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각국은 원자력에서 답을 찾고 있다. 2030년까지 300여기의 신규 원전 건설이 예상되고 있다. 원전 보유국인 미국·일본·러시아·중국 등의 추가 원전 건설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원전 미보유국도 원전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원자력발전에 부정적이었던 호주, 네덜란드 등의 국가도 원자력발전을 보는 달라진 시각을 보여준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원자력의 환경 친화성, 경제성, 안전성을 재조명하며, 미래의 에너지 정책에 원자력이용 확대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9월에 열린 제53차 IAEA 총회에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 원자력의 날’ 제정을 제안했다. 지구온난화 극복을 통한 환경 보존과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 기반을 둔 지속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원자력을 ‘더욱 안전하게’ ‘더욱 평화롭게’ 이용하자는 메시지를 세계 원자력계에 던진 것이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나누고자 함이다. 원자력은 더 이상 ‘기술’이 아니라 변화하고 있는 21세기 에너지 패러다임을 담고 있는 하나의 ‘문화’다. 그러한 문화 형성의 출발선에 ‘세계 원자력의 날’ 제정이 있다.
‘세계 원자력의 날’ 제정은 인류가 처한 환경과 경제 그리고 에너지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 확대를 위한 촉매제인 동시에, 1953년 12월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유엔에서 제안한 “평화를 위한 원자력”의 구체적 실현 노력이다.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 msyang1@kae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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