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열 1위인 후진타오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는 칭화대 수리공정과 출신이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대학 졸업 후 문화대혁명을 피해 중국 내 최대 국책사업이었던 간쑤성 수력발전 댐공사 현장으로 들어갔다. 원자바오 국무원 총리(권력 서열 3위)는 베이징지질학원 지질광산과 출신이며 우방궈 전인대위원장(권력 서열 2위)은 칭화대 무선전자학과를 졸업했다. 중국은 사실상 이과 공화국이다.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 가운데 8명이 기술전문 관료 출신이다. 중국 관료 70% 이상이 엔지니어 출신이라고 한다. 중국이 이처럼 ‘이과공화국’을 건설한 것은 사회주의 국가건설과 문화대혁명이라는 독특한 역사적인 배경이 주효했지만 ‘현장과 지방경험’을 중시하는 인사 제도도 큰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이공계 우대 정책이 중국을 세계 경제 중심지로 만든 셈이다.
일본도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출범을 계기로 ‘이과 내각’으로의 변신을 시도 중이다. 도쿄대 공대를 졸업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내정자를 필두로 히라노 히로후미 관방장관 내정자(주오대 이공학부), 간 나오토 국가전략담당상(도쿄대 공대) 내정자 등이 전면에 나섰다. 내각의 핵심인 총리와 관방장관, 국가전략담당상이 모두 이과계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일본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고도의 전문성 및 다양한 경험을 지닌 민간 과학기술 인재 채용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신규 채용 시 상위 직종의 기술직군을 많이 뽑고 있다. 1종시험(우리나라의 고시에 해당)의 기술직군 채용인원은 평균 49.8%로 행정직군과 유사한 수준이다.
영국은 과학기술관리자 임용을 위해 국방부 등 부처별 과학기술직 속성임용제를 비롯해 별도 충원제를 마련해 활용 중이다. 속성임용제(fast stream science & engineering)는 우수한 인재를 공직의 고위관리직 또는 특정분야 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한 제도다. 재직 공무원 중 해당부처 추천자와 외부 응시자를 대상으로 공개경쟁해 선발한다. 별도의 훈련 및 조기 승진기회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직은 체계화한 훈련과 조기 승진 기회를 거쳐 고위직으로 승진이 이루어진다.
미국은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우대조치로 동일 등급일 때, 일반직 공무원보다 높은 수준의 보수를 책정했다. 특히 IT분야는 다른 분야보다 많은 보수를 제공해 우수 전문가 공직에 적극 유치하고 있다. 미국에서 과학기술인력은 화이트칼라 중 주로 기술직(technical) 및 전문직(professional)에 소속됐다. 행정직 대비 기술직은 약 38%에 이른다. 스티븐 추 에너지 장관, 비벡쿤드라 백악관 CIO 등이 대표적인 이공계 출신이다.
김태유 서울대 교수(전 참여정부 초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는 “지식경제시대에 정책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공계적 사고를 갖춰야 미래 지향적으로 이를 풀어갈 수 있다”며 “일본에서 이공계 출신 공직자를 50% 가까이 뽑는 것은 이러한 철학이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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