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문과` 공화국] (상)이공계 없는 청와대·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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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공계 인사의 발탁이 부진해 이공계의 실망감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열린 제1회 삼성전자 전국 이공계 대학생 커리어포럼 행사에 참석한 이공계 대학생들이 취업 선배들의 경험담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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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정부에서 이공계 출신은 ‘왕따’다. 정부 부처 차관급 이상 127개 자리 중 이과 출신은 9명에 불과하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50여명 중 이과 출신은 세 명뿐이다. 대한민국은 ‘문과(文科)공화국’이라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우리나라도 주요 국가처럼 테크노크라트들이 전면에 등장할 수 없는지 3회에 걸쳐 진단한다.

 중국의 후진타오(칭와대 수리공정학과) 국가주석, 일본 하토야마 유키오(동경대 계수공학과) 총리 내정자. 우리나라를 둘러싼 두 강대국은 이공계 최고 권력자를 필두로 테크노크라트들이 정책 당국의 전면에 서 있지만 우리나라의 테크노크라트는 여전히 뒷전에 밀려나 있다. 되레 역주행한다. 최근 단행된 개각과 청와대 조직 개편 및 인사는 화합·통합 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공계 인사 발탁은 이뤄지지 않았다.

 OECD 국가 중 이공계 졸업생 비율 1위(38.6%, 2004년 기준), 100대 기업 대표 이공계 비율 46.4%(2007년 기준) 등 민간 분야에서는 이공계 출신이 약진하고 있지만 정작 정책 당국에서는 홀대받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 부처 차관급 이상 127개 직위에서 이공계 출신은 9명(7%)에 불과하다. 청와대는 비서관급 이상 총 50여명 고위직 가운데 이공계는 3명(6%)에 그쳤다.

 장관급 가운데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서울대 전자공학과 졸) 외에 이번 개각에서 백희영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미 미시시피여자대 식품영양학과 졸)가 여성부 장관으로 내정돼 인사 청문회를 앞뒀다. 청와대는 더하다. 대통령실장과 1개 정책실장, 8개 수석자리 가운데 이공계 출신은 전무하다. 40여개의 비서관급 가운데 환경, 과학, 시민사회비서관만이 이공계 출신이다.

 지난 정부 테크노크라트 배출 산실이었던 과학기술부는 MB정부 들어 교육부와 통합되면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을 모두 문과 출신이 독차지했다. ‘교육(현안문제)이 과학(미래문제)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과학계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정보통신부 폐지로 신설된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병기 위원을 제외한 상임위원 4명이 문과 출신이다. 청와대 파트너인 국정기획수석과 방송정보통신비서관 역시 이공계 출신이 아니다.

 전길자 이화여대 화학과 교수는 “정부가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효과적으로 집행될지 의구심이 든다”며 “문과 출신의 최고 책임자들이 과학 기술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통 측면과 효율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데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위 공직에 대한 이공계 진출도 갈수록 저조하다. 민간 분야 인재 유입 취지로 도입된 개방형 직위(국·과장급) 임용자 중 이공계 비율은 지난 2005년 52.2%(전체 146명 중 76명)에서 2006년 47.6%, 2007년 43.4%, 지난해는 36.5%(85명 중 31명)까지 떨어졌다.

 정작 우리 사회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극복하고 미래 정책 발굴, 테크노크라트를 양성해야 할 정부가 이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은 “4대 강 살리기, 녹색성장,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현 정부의 핵심과제 역시 과학기술이 근본”이라며 “구조적으로 과학기술자들이 공직에 진출하기 어려운 구조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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