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7주년]IT코리아2.0-뉴IT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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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15일 세계 4대 투자은행으로 꼽혔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주곡에 불과했으며 이후 메릴린치와 AIG그룹, 미국의 빅3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러와 GM의 붕괴로 이어졌다.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미국의 경제 위기로 세계 경제 역시 위기에 빠져들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환율 및 유가 급등, 외환보유액 급감, 주가폭락, 소비 및 투자 위축으로 제2의 IMF가 오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세계 경제는 1년 만에 바닥을 딛고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신속한 구조조정과 민간부문의 투자 위축을 대체하기 위한 재정확대 정책 등에 힘입어 세계 경제는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일시적으로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던 한국경제도 결국 위기를 극복했다. 게다가 가장 성공적으로 위기를 헤쳐 나왔다는 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일관된 평가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는 한국경제에 또 다른 과제를 안겨주고 있으며 IT분야도 많은 숙제를 떠안았다. 정부도 이른바 과거와는 다른 ‘뉴IT’를 표방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지원을 약속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주력산업이었으면서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던 IT산업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후속 성장전략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뉴IT전략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뉴IT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코드와 비전을 필요로 한다.

 우선 융합이다. IT 자체 역량을 고도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 산업으로 융합을 추진해 생산성 향상과 고부가가치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자동차·조선·해운업 등 주력산업뿐 아니라 금형작업 등 중소기업이 주로 담당하고 있는 생산기반 산업도 IT 접목이 필수다. 중소기업의 성공전략에 IT 활용은 중요한 방법론이 되었으며 유통·물류, 디자인, 교육 등 서비스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서비스 IT 솔루션 개발이 필요하다.

 경제에 활력소가 될 계기가 필요한 시점에서 IT 산업의 육성방향을 타 산업과의 융합과 확산에 맞춘 것은 적절한 진단이다. IT는 투자효과의 지속성과 동시성, 타산업과의 뛰어난 적응력을 갖고 있는 기술적 특성으로 이 역할을 해내는 데 적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과제는 글로벌 시장 개척이다. 정부와 업계는 경제 위기 극복의 제1과제인 ‘수출 확대’를 위해 IT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미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등은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IT산업 수출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콘텐츠, IT서비스 등 품목의 다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현재 IT 산업 수출이 점차 늘고 있지만 아직도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와 같은 일부 하드웨어 품목에 치중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중국의 성장 등 외부경쟁체제가 더욱 가속화됨에 따라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의 수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어 현지 마케팅에서부터 제품판매에 이르기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체제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IT산업이 좀처럼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의 하나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로 윈윈하는 협력 모델만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을 보장하고 나아가 미래 경쟁력 확보의 필요조건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IT 산업의 화두인 컨버전스는 이제 과거 단편적인 기술 협력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기업모델을 요구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인텔·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은 내부 기술과 역량만으로 성장동력을 만들기보다는 협력업체와 상생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자연 생태계의 순환 시스템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하고 창업벤처에서 출발해 중견기업으로 커나가는 성장 사이클이 전체적으로 원활하게 작동해야만 개별기업의 발전은 물론이고 경제 전반의 지속적인 성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IT 투자 및 개발도 관건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 웹 2.0시대 구현을 위한 ‘신뉴딜정책’의 일환으로 300억달러를 투입, 농어촌 지역뿐 아니라 대도시 저소득층 등에 초고속인터넷망과 설비를 보급할 계획이다. 미국은 클린턴 정부시절 전국에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정보화 고속도로 정책’으로 전 세계 IT붐을 주도했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경기가 장기호황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다진 경험이 있다.

 국내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그 어느 해보다 불투명하며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는 국내 IT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고객들의 요구를 적기에 파악하고 투자와 기술개발 등 고객만족 극대화를 위한 치열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뉴IT코드 비전 달성의 밑바탕이 되어야 할 것은 벤처정신이다. 한때 벤처기업이 한국경제를 이끄는 효자라고 불렸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벤처붐이 붕괴되면서 벤처라는 말을 꺼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초창기 보여줬던 벤처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벤처기업들은 국가경제를 이끄는 중요한 동력임을 깨닫고 우수한 기술력의 확보와 확실한 수익모델의 개발, 진취적인 마케팅 전략이 있어야만 이 험난한 디지털경제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해야 한다. 자신들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과 함께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겠다는 초창기 창업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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