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정책당국이 금융위기에 유례없이 빠르고 강력하게 대처함에 따라 주요 금융지표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리먼브러더스 사태(2008년 9월 15일) 발발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
“기업 10곳 중 8곳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고 여기고 있으며 회복됐다고 여기는 국내 기업들은 2곳에 불과하다.”(대한상공회의소)
지난해 9월 15일 미국 4대 금융투자회사 중 하나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비롯된 글로벌금융위기가 1년만에 수습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최근 들어 주요 금융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리먼사태 발발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고 있다. 주요 21개국 주가지수는 연초 대비 41.2% 상승(2009.8.27)하면서 2008년 하락분(연초 대비 -45.6%)을 상당부분 만회했다.
한국 경제도 외환시장과 경제 지표 일부가 위기 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속도로 정상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로 1∼2분기에 0.1%, 2.3% 성장하면서 리먼브라더스 사태 직후인 작년 4분기에 -5.1%까지 추락한 충격에서 벗어났다. 3분기에도 1% 안팎의 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크게 흔들렸던 외환시장도 정상을 되찾았다. 정부와 한은이 공급한 565억달러의 유동성 가운데 대부분을 회수했고 지난해 10월말 699bp(100bp=1%포인트)까지 치솟았던 외국환평형기금채권(만기5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20∼130bp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2일에 1570.30원으로 고점을 찍은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7월말 현재 2375억1000만달러까지 불어나면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 때 1000선이 붕괴됐던 코스피지수는 1600선을 웃돌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9일 ‘글로벌 금융위기 1년:회고와 전망’보고서에서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의 원인은 리먼사태 이후 각국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국제공조체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함에 따라 금융 및 경제여건이 빠르게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 등 신흥국의 빠른 경제회복세와 이에따른 불안심리 진정 등도 위기수습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거시경제지표는 호전됐지만 실물경제로 확산, 경기회복세로 결론짓기에는 아직 이르다. 실물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기업은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최근 전국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경제상황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기업의 80.2%는 금융위기 발생이전과 비교해 ‘경영상황이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기업의 56.4%는 회복정도가 위기발생이전의 ‘50∼80%’라고 밝혔고 다음으로는 ‘30∼50%’(17.2%), ‘80∼90%’(13.7%), ‘30%미만(12.7%)’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많은 기업들이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방향이 ‘경기부양정책의 유지’(87.4%)가 ‘긴축정책으로 들어가야 한다’(12.6%)보다 훨씬 많았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전체적으로 경제는 충격에서 벗어났지만 리먼사태 이전까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며 실물경기 회복세의 탄력을 유지해 성장을 본격화시키는게 중요하다”며 “그동안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많이 폈지만 앞으로는 민간분야가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투자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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