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7주년]IT코리아2.0-되돌아본 IT코리아:장기비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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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해외선진기업과 비교한 국내 IT서비스 경쟁력

 ‘100점(선진국) 만점에 70점.’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요 IT서비스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한국 IT서비스산업 수준에 대해 선진국과 비교 결과다. 고부가가치 창출 산업인 IT서비스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5∼6년 뒤졌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우리는 ‘IT강국’이라는 말을 꺼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초고속인터넷망 보급,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 등 IT제조 분야에서의 화려한 성과를 이유로 들었다.

 우리는 당당했다. 과거 그 어느 때에도 느낄 수 없던 자부심을 가졌다. 해외 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인터넷을 접속할 때 그리고 외국 공항을 빠져나오며 우리 IT기업들의 화려한 광고판을 보거나 시내 목 좋은 곳에 위치한 우리 IT기업 매장을 보면서 더욱 그랬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다. 더 이상은 없다.

 한국 IT 상당 분야에서 우리나라 수준은 선진 강국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수년, 수십 년 전부터 이어온 것이다. 기업들의 현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삼성·LG전자 등 몇몇 제조업 분야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당당하게 ‘성공했다’ ‘세계 넘버 1’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급하게 서둘러서 될 문제도 아니다. 순리대로 따라가야 한다. 장기비전이 필요하다. 우리는 IT에서 ‘가능성’을 안다. IT분야에서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한다. IT기업 누구나 경험했고 그리고 지금도 보고 있다.

 무엇보다 확실한 기본 인프라를 갖췄다. 기술적 인프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젊은 세대 모두가 인터넷 전문가 수준이다. ‘넷맹’이라는 단어가 사라졌을 정도다. 한국인에게는 IT인프라가 ‘습관’이며 ‘생활’이 됐다. 이 같은 최고의 인프라와 국민의 자질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갖고 차분하게 비전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장기 비전으로 1995년 ‘정보화촉진기본법’ 제정을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96년 1월 시행된 이 법은 10여년간 국가 정보화산업의 기틀을 닦았다. 정보화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필요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으며 이는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이름을 날리는데 크게 공헌했다. 이 법을 기반으로 2015년까지 전국에 음성·데이터·영상 등 다양한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초고속·대용량 정보통신망을 구축하는 ‘초고속정보통신 기반 구축 종합추진계획’이 확정됐다.

 90년대 중후반 국민의 정보문맹을 퇴치하기 위한 ‘IT계몽운동’을 전국적으로 펼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정보 소외계층을 없애고 지역간 정보격차 벽을 허물기 위한 PC교육을 정부 전폭적 지원을 바탕으로 전개했다. 당시 정보통신부가 저렴한 가격과 장기할부의 인터넷 PC보급사업은 과감하면서도 시의적절한 정책이었다. 이는 한국 남녀노소 그리고 지역과 계층을 막론하고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나라가 됐다. 최고의 통신망 위에서 꿈꾸던 인터넷 사업모델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장기비전 수립과 함께 IT에 대한 인식 전환도 시급하다. IT버블이 붕괴한 이후 우수 인재들이 SW분야를 기피한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날로 심화하고 있다. 삼성·LG전자 등 IT대기업들이 국내외에서 이름을 드높이는 것과는 별개다. 이 때문에 10년 전만 해도 정원이 100명을 넘던 주요 대학 IT관련 학부 지원자 수가 계속 줄어들며 지난해는 절반 수준으로까지 줄었다.

 몇몇 대기업과 수많은 중소기업으로만 이뤄진 한국 IT산업의 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튼튼한 허리가 필요하다. 허리가 약하면 산업이 튼튼하게 성장하는데 심각한 장애요인이 된다. 대기업으로 한계를 중견기업이 그리고 중견기업 어려움을 중소기업이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중견기업은 계속 글로벌 대기업이 되기 위해 계속 치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IT강국으로 전세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대·중견·중소기업 협력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은 중견·중소기업의 기술에 대해 적절한 대가를 부여해야 하고 중소기업은 그에 걸맞게 기술력을 배가해야 한다.

 이영희 현대정보기술 사장은 “정부가 IT와 SW를 육성하려는 노력은 어느 나라에 비해 부족함이 없지만 비전 제시나 장기적인 안목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며 “정부는 산업영역별로 특화된 산업의 수출을 지원하는 정책을 고민하고 수출로 성공하는 스타기업이 나와 모범사례를 전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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