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7주년]IT코리아2.0-숫자로 본 IT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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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지난 3월 월드리서치를 통해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이미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외국인 눈에 비친 우리나라의 이미지는 과연 어땠을까.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긍정적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첫번째 요인은 정보통신(ICT) 기술이었다. 단독 선택일 경우 정보통신은 34.9%로 그 다음으로 선정된 경제(13.2%), 과학기술(13.0%)에 비해 3배 가까운 몰표를 받았다.

 IT(정보기술)는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의 자랑스런 브랜드이자 힘이다. 미래기획위원회가 최근 개최한 ‘IT코리아 미래전략’의 슬로건 처럼 ‘대한민국의 영원한 힘, IT’였다. 지난 98년 외환위기 당시 IMF 구제금융에서 불과 2년 만에 졸업한 것도 IT의 힘이었으며 지난 9월 미국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도 IT는 적지 않은 힘을 보탰다.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세계 넘버 1.

지난 6월 초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행사가 열리는 제주 컨벤션센터 특별 전시관에 설치된 삼성전자 LED TV를 보고 “이렇게 얇은 TV(4cm)가 있을 수 있느냐”고 감탄했다. 다른 정상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LG전자는 이 행사에 참가한 아시아 정상들에게 최신 휴대폰을 선물했다. 우리나라의 LCD TV, 휴대폰은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을 동경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8월까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2274억달러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IT수출은 19.4% 감소,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별 제품으로 들어가면 우리나라 IT 제품의 성과는 더욱 주목할 만 하다. D램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지난 2008년 1분기 47%에서 지난 2분기에는 57%로 10% 포인트 상승했으며 낸드플래시는 50.3%에서 54%로, LCD는 40.5%에서 49.7%로 각각 증가했다. 금융 위기를 맞아 경쟁국와의 격차를 더욱 벌이는 형국이다. 완제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휴대폰의 경우 지난 2008년 1분기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25%에 그쳤으나 지난 2분기는 30%로 뛰었다. 특히 노키아, 모토롤라, 소니에릭슨 등이 모두 시장 점유율이 떨어졌지만 삼성전자, LG전자는 계속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 눈에 띈다. LCD TV는 전세계 판매된 제품 3대 가운데 1대가 국내 기업 제품이다. 많은 세계인들이 우리나라 D램과 플래시메모리, LCD가 들어간 우리기업의 TV나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OECD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비중은 21.1%로 노키아가 버틴 핀란드(20.1%)를 제치고 OECD회원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가장 빠른 세계 통신 인프라.

IT제품 뿐만 아니라 인프라 측면도 여전히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통신미디어단체 미국통신노동자연합(CWA)이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터넷 다운로드 평균 속도는 초당 20.4Mbps로 조사 국가 중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CWA는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다운로드 속도는 20.4Mbps로 2위에 오른 일본(15.8Mbps)은 물론이고 스웨덴(12.8Mbps·5위), 네덜란드(11.0Mbps·9위), 독일(8.3Mbps·13위) 등을 압도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와는 별도로 미국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업체인 아카마이 역시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연결 속도가 15Mbps로 세계 평균치의 열 배에 이르는 등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가정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접근율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가정 인터넷 접근율은 94.1%로 1위를 기록했다. 이 분야에 대한 OECD 통계가 작성된 2001년 이후 우리나라는 줄곧 1위를 달성했다. 이러한 인프라는 우리나라의 온라인게임의 기반이 됐고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의 지난해 수출규모는 10억6000만달러로 지난 2003년의 1억7000만달러에 비해 6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쉬움도 있다.

이처럼 IT가 우리나라의 핵심 역량으로 부상했음에도 아쉬운 부분도 있다. 지난 3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글로벌 정보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ICT)이 경제 발전과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네트워크 준비지수(NRI)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1위를 기록했다. 지난 2007년 순위(9)보다 두 단계 후퇴한 것이다. 인터넷 이용률 등 양적인 면에서는 상위권을 지키고 있지만 각종 규제 등에 묶여 정작 IT가 경제 발전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물론 134개국에서 11위를 기록한 만큼 뒤쳐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성에 안찬다. IPTV 서비스의 경우 진작에 핵심기술을 보유했음에도 내부 논란 때문에 상용화 측면에서는 선진국에 뒤쳐졌다. IT의 핵심 기술인 소프트웨어 수출 부진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2007년 IT서비스 수출액은 6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7%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패키지SW는 1억 5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7000억달러로 예상되는 전세계 SW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내수를 포함할 경우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스팸 순위도 인터넷 강국이 만들어낸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행한 ‘2009 국가정보화백서’에서 지난 2008년 우리나라는 세계 스팸 전송 순위 6위로 지난 2007년 2위에서 개선되기는 했지만 스팸왕국이라는 오명을 벗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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