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경기회복에도 IT 투자 오히려 뒷걸음

 종합주가지수(KOSPI)가 1600선을 넘어서면서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정보기술(IT) 투자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법 발효로 투자가 기대됐던 증권사 트레이딩과 파생상품 개발 등 투자은행(IB) 분야 IT투자마저 지연되거나 투자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굿모닝신한증권은 지난 5월 트레이딩시스템 재구축과 관련한 정보제공요청서(RFI)를 IT서비스 업체와 컨설팅 업체를 대상으로 발송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증권사는 현업의 요구조건이 바뀌었다며 재구축을 전면 보류한 후 하반기에 이를 축소해 다시 내놓기로 했다. 하나대투증권 역시 차세대시스템 구축 계획을 밝혔으나 내부 사정을 들어 연기한 상태다.

 방세광 굿모닝신한증권 IT본부장은 “트레이딩 시스템 구축을 연기·축소한 것은 맞지만 이는 트레이딩 현업 부서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고 전체적인 IT투자의 축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IT 및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증권사들이 금융위기, 자본시장법 등 굵직한 난제를 만난 상황에서 경영층이 IT투자에 갈피를 잡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올초 금융위기 때 세워놓은 투자전략이 워낙 보수적으로 잡혀 있어 국제회계기준(IFRS)이나 지급결제 등 어쩔수 없이 해야하는 부문을 제외하곤 추가적인 IT투자는 보류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즉 올 초 금융위기 속에서 세워놓은 투자 계획이 적극적인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이 임원의 설명이다.

 실제 한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지난해 차세대시스템 구축 등으로 400억원의 IT투자 집행계획을 세웠지만 올해 그 절반인 20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집행여부가 불확실한 상태다.

 그는 “자사의 경우 IT투자 집행 목표의 90% 가까이 달성했지만 올해에는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예측할 수 없는 미래상황에 IT투자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불확실한 경기상황도 금융권 투자의 걸림돌로 거론했다. 또 다른 증권사 IT 담당임원은 “경제가 회복기에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해소된 상황이 아니어서 섣불리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달려드는 사업자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의 IT투자 축소가 첨예한 경쟁이 예상되는 금융권에서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KB국민은행을 비롯해 하나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은행권의 경우 이미 지난해 이후 차세대시스템과 트레이딩 시스템을 구축하고 증권사와의 영역 경쟁에서 한발 앞서나갔다는 평가다.

 봉선영 액센츄어코리아 이사는 “올초 자본시장법 발효로 금융업종 간 영역이 없는 경쟁시대가 도래했는데 증권사들이 현재의 상황에 안주해 투자를 지연하거나 축소하면 향후 경쟁력 약화로 증권업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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