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보 같은 이념적인 틀에서 벗어나서 우리 사회의 담론 수준을 한 단계 높이려고 합니다.”
최근 ‘지식인 네트워크’라는 토론·연구 모임을 시작한 이각범 미래연구원장(60)은 모임의 목적이 결론보다 논의와 토론 그 자체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식인 네트워크는 인문·공학·사회·IT 등 각 분야 전문가 50명이 특정 주제를 놓고 그야말로 ‘난상토론’을 전개하는 모임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진행되고 한 번에 열 명가량의 전문가가 참여하게 된다. 이미 김문조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안철수 KAIST 석좌교수, 최두환 KT 서비스디자인부문 사장 등 쟁쟁한 사람들이 지식인 네트워크에 참가하기로 해 더욱 기대가 높다.
게다가 토론 주제도 심상치 않다. ‘지식인’ ‘경쟁과 진화’ ‘돈’ ‘노블리스 오블리제’ ‘핵심가치’ ‘익명성’…. 아주 철학적이고 함축적이다. ‘이런 단어만으로 토론을 진행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연구원장은 이런 질문에 결과보다 ‘지혜’를 얻기 위한 주제들라는 말로 답한다. “지식정보사회에서 지식의 양이 엄청나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한 지식의 축적에서는 더 이상 의미를 찾기 어렵습니다. 바칼로레아(프랑스 고등학교 졸업시험)에서도 어린 학생들에게조차 높은 수준의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선진국이 되려면 ‘지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지엽적이지 않은 통합적인 주제를 통해 다양한 지식과 아이디어를 종합하려는 것입니다.”
그가 항상 느껴온 우리나라 담론 문화에 대한 아쉬움도 지식인 네트워크를 시작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보수라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지키려고만 하고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도 낡은 이념의 틀에 갇힌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떤 진영의 이득을 대변하는 게 아닌 순수한 열린 토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토론 모임에는 발제자나 연사도 없을 거라고 한다. “누가 발표를 하면 토론이 그 사람 위주로 흘러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서입니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획득한 사람들이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것, 그게 바로 ‘통섭’ 아니겠습니까.”
지식인 네트워크 준비에 한창인 그는 대학 1학년 때가 생각난다며 웃었다. “당시 각 분야 학생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 다방 저 다방을 전전하면서 지식인 네트워크 같이 토론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식인은커녕 자기가 공부하는 분야도 잘 모르는 1학년 때였습니다만 참 뜨거운 토론이었고 재미있었습니다. 지식인 네트워크를 준비하다보니 42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지식인 간 토론이 어떻게 우리 사회의 담론 수준을 높일 수 있는지 물었더니 토론 내용을 알리는 방법을 봐 달라고 말한다. “토론 내용을 그대로 인터넷으로 알릴 계획입니다. 이미 홈페이지(mirero.9rum.com)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임이 완료되고 나면 결과물을 책으로도 출판해야지요.”
불교 신자라는 그는 불교 용어를 빗대 지식인 네트워크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사회적으로는 담론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지만 ‘학자’라는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공부라는 수행의 또 다른 방법입니다. 말 그대로 ‘용맹정진’할 생각입니다.”
최순욱기자 choisw@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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