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지만 아직 갈길 멀어, LED TV는 정말 잘 만든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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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플레이서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판매한 TV는 전 세계 물량의 34%에 달했다. LCD TV만 놓고 보면 31% 수준이다. ‘바보상자’라고 놀림받지만 TV는 여전히 세계와 접하는 가장 강력한 통로다. TV를 통해 세계 소식을 듣고 정보를 얻는다. 결국 세계 TV 보유 가구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삼성과 LG전자 제품을 통해 세계와 만나고 있다. 그만큼 세계 시장에서 ‘토종TV’ 브랜드가 갖는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TV코리아’ 성공신화를 전면에서 이끄는 두 사람이 바로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과 LG전자 강신익 사장이다. 이에 ‘TV 2.0팀’에서는 연중 기획과 별도로 2주 연속(11·18일자) 인터뷰를 통해 세계 속에 우뚝 선 TV 위상과 배경을 알아본다.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TV 사령탑 두 명이 단독 인터뷰로 연이어 언론과 만나기는 처음이다. <편집자>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R4 빌딩 12층. TV사업을 총괄하는 윤부근 사장 집무실이 있는 곳이다. 삼성은 지난 2006년 판매 대수와 매출 기준으로 모두 세계 TV 시장 1위에 올랐다. 삼성이 TV사업이 뛰어든 지 34년 만의 일이다.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놓지 않았다. 윤 사장 집무실은 바로 세계 TV 시장을 호령하는 삼성TV 전략과 전술이 모이는 곳이다. 개인 업무 공간이기 보다는 현장 지휘소이자 작전 상황실인 셈이다.

“불만입니다.”

‘작전상황실’에서 만나 윤부근 사장(57)은 첫 마디부터 허를 찔렀다. 승자의 여유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갈 길이 멀다고 힘줘 말했다. “지속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은 의미가 없습니다. 현상 유지는 정체가 아니라 퇴보입니다. 1위는 결국 자신과 싸움입니다. 수량에서는 세계 수위에 올랐지만 아직도 브랜드·수익률·개별 시장 점유율 등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삼성 TV 역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윤부근 사장실에서 가장 눈에 확 들어 오는 게 책상 맞은 편에 있는 6개 모니터다. 거의 매분 단위로 쉴새없이 바뀐다. 알듯 모를듯한 그래프와 숫자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자세히 보면 가끔 ‘육각형 마름모’ 표시가 해당 그래프와 숫자 위에 깜박인다. “일종의 상황판입니다. 각 나라별 출하대수, 재고와 판매 현황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삼성TV 현주소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깜박이는 건 일종의 ‘경고(warning) 사인’입니다. 숫자가 현저히 높거나 낮으면 환기시켜 주는 역할입니다.”

모니터 위쪽에는 작은 영상 카메라가 달려 있다. 이상 경고등이 들어 오면 윤 사장은 집무실에서 바로 전 세계 생산·현지 법인과 시간을 가리지 않고 불러 해결책을 찾는다고 한다. 시장이 전쟁터인 상황에서 윤 사장 사무실은 실제로 작전본부였던 셈이다. 야전사령관 윤부근 사장이 전하는 세계 TV 시장 1위 비결과 삼성TV의 미래를 한꺼풀 벗겨 봤다.

-LED TV가 좀 과장해 ‘대박’이라는 데.

▲맞다. 파나마와 같은 지역은 제품 ‘쇼티지(공급부족)’까지 나고 있다. 불황이지만 프리미엄 시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주효했다. 출시 100일 만에 전 세계에서 50만대가 팔렸다. 프리미엄TV만 놓고 보면 하루 5000대, 매 시간 208대, 분당 3.5대가 팔린 셈이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지난 6월 LED TV 수요를 367만대로 전망했는 데 이는 연초 예상치 201만대에서 8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삼성 LED TV가 새로운 시장을 만든 셈이다. ‘시장보다 앞서 간다’는 전략으로 LED TV 시장을 선점해 나갈 계획이다. 특허도 전략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중국·대만업체 등 품질·기술보다는 가격에 승부를 거는 업체를 사전 차단하는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삼성 TV 성공신화의 비결은.

▲디자인·화질·기술 ‘삼박자’가 궁합이 맞았다. 먼저 디자인은 2005년 ‘로마 LCD TV’를 시작으로 사각 일색이던 TV 디자인에 ‘V’자형을 도입해 혁신을 주도했다. 2006년과 2007년에는 와인잔을 형상화했다. 지난해에는 투명한 크리스털 재질에 블랙과 레드 컬러가 어울린 ‘크리스털 로즈’를 새롭게 개발했다. 기술 측면에서는 자체 엔진의 힘이 컸다. 삼성 크리스털 LED 엔진은 자체 화질 기술과 반도체 기술을 결합해 LED TV에 적용해 응답속도가 빨라 진정한 블랙 컬러와 섬세한 표현, 잔상 없는 동영상 등 자연에 더 가까운 화질을 제공해 준다.

-가장 애착이 가는 TV는.

△‘LED TV’다. 삼성이 만들어서가 아니라 정말 잘 만든 TV다. ‘TV의 새로운 종’이라는 표현 그대로다. 29.9㎜ 두께로 기존 LCD TV보다 3분의 1 이상 줄여 진정한 벽걸이TV를 구현했다. 휘발성 대신에 친환경 소재로 환경에 전혀 무해하다. 최근 출시한 ‘8000시리즈’는 240㎐ 기술로 끌림이 없는 영상이 선명하다. ‘내츄럴 화면 모드’ 기능은 화면 밝기·원색을 과도하게 높인 인위적인 컬러가 아닌 눈에 편안하고 부드러운 화질을 표현해 TV 수준을 한 단계 높여놨다. 세계 주요 평가기관에서 LED TV를 최고의 화질로 꼽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평판TV 시장 전망은.

▲TV는 이제 어려운 기술만 남았다. 지금부터 이기는 기업이 진짜 경쟁력 있는 기업이다. TV 시장은 크게 세 가지 흐름이 주도한다. 먼저 TV를 단지 방송 콘텐츠를 보는 전자기기에서 주변 가구와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 일환으로 보는 경향이 높아진다. 두 번째는 TV를 방송뿐 아니라 인터넷과 연계해 영화·게임 등을 즐기는 만능기기로 인식이 바뀐다. 마지막으로 친환경이다. 친환경에 부합하는 다양한 제품이 나올 것이다.

-내년 LCD TV 목표는.

▲올해 목표치 2200만대 달성은 무난하다. 내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에서 공개하겠지만 내년에도 점유율을 크게 높일 계획이다. 30%까지 힘들겠지만 상당히 공격적인 수치다. (지난 1분기 금액 기준 삼성은 22%) LED TV는 네 자리(1000만대 이상)까지 목표하고 있다. 새 시장을 열고 프리미엄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LED가 주역이다. 매출·판매대수·점유율 모두 확고한 시장 1위로, 2위와 격차를 벌여 놓겠다. 내년 경기가 다소 어렵지만 ‘인 홈 엔터테인먼트(in-home entertainment)’ 제품 판매는 밝은 상황이다. PDP 쪽은 50인치 이상 대형 제품에 주력한다. 일부에서 아웃소싱 이야기가 있는데 외주 생산은 당분간 생각 없다.

-삼성 TV 사령탑으로써 개인적이 바람이 있다면.

▲TV와 모니터는 이미 글로벌 1등에 올라와 있다. 블루레이·홈시어터·전자액자 등 사업부 내 다른 품목도 모두 1등을 하고 싶다. 2∼3등 할 때는 무조건 1등을 쫓아 가기에 바빴다. 하지만 1등을 하고 나니 어떻게 하면 1등을 할 수 있는 지 방법을 터득했다. ‘1등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TV 쪽만 보면 정확하게 화질을 검증할 수 있는 ‘화질시험센터’가 국내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외국에는 많은데 국내에는 검증 기관이 없어 업체별로 불필요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3D·OLED TV 등 차세대 TV 시장 전망은.

▲아직은 시기상조다. 3D는 콘텐츠가, OLED TV는 가격과 패널 문제가 걸려 있다. 2012년께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 기술 개발과 시장을 면밀히 보고 있다.

 수원=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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