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모의고사 문제지 유출로 곤혹을 치렀던 EBS가 이번엔 일부 프로그램이 일본 방송을 베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문제가 내달 사장 선임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EBS 교육 중심 전환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져 향후 상황이 주목된다.
EBS는 최근 표절 의혹이 일고 있는 자사 프로그램 ‘과학실험 사이펀’ 중 지난달 23일 방송된 ’한 음만을 내는 악기들의 앞을 통과하면 완성된 곡을 들을 수 있을까’라는 실험과 ‘종이컵 전화기 합창단’ 실험이 일본 방송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1일 밝혔다.
EBS에 따르면 이날 방영분은 일본 TV 방송인 놀라움의 아라시 내용을 표절했다. 또 지난 6일 방송된 수박과 멜론 접붙이기 실험 또한 놀라움의 아라시 방송분과 유사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EBS 과학실험 사이펀 제작진은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EBS 관계자는 “관련 방송분을 제작한 외주제작사가 일본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으로 밝혀져 계약을 해지했다”며 “앞으로 더 자세한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BS는 이번 표절이 최근 정부 여당에서 EBS 성격을 ‘교육 중심(내실화방안)’으로 바꾸려는 상황에서 발생한 만큼 더욱 중하게 여기고 있다. EBS에서 수능 등 교육 기능 만을 원하는 쪽에선 이번 기회를 그냥 넘기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교육과학부는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EBS를 교육기능 중심의 공영방송기관으로서 명확한 역할을 재정립해줄 것을 한나라당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BS 관계자는 “EBS의 성격규정을 교육중심의 채널로 규정해 달라는 것은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의해 설립된 독립적인 기관인 EBS의 지위를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EBS 이사를 비롯해 경영진에도 교과부 출신을 늘리려고 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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