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정부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산업발전을 담보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등 17개 신성장동력산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관련 신기술과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반도체, 자동차 등과 함께 우리나라를 이끌 주력산업으로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한다.
신성장동력산업이 성공적으로 육성·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근간을 이루는 표준 및 시험인증에도 많은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신제품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표준에 소홀해 수출국 시험인증에 불합격하게 되면 제품개발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오랜 산업화 역사를 거쳐 시험인증정책을 마련해왔다. 이를 실천할 강력한 시험인증기관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UL, 영국의 BSI, 스위스의 SGS 등이 예다. 이들은 100년 이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네트워크를 구축, 강력한 글로벌 시험인증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시험인증시장 규모는 2006년의 3조4000억원에서 2012년에는 5조9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교역국인데도 이에 걸맞은 시험인증정책과 기관을 보유하지 못했다. 국내 최대 시험인증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인력이 340명, 연간 예산은 600억원에 불과하다. 수만명의 전문인력을 갖추고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세계적인 기관들과 비교하기 어렵다.
국내 시험인증제도 역시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인증제도는 80여개의 법정인증 및 60개의 민간인증이 난립하고 있다. 제도 간 중복·상충의 문제로 소비자가 혼란을 겪고 기업부담도 커지고 있다. 안타깝지만 이런 상태로는 국내 시험인증기관은 국가의 미래산업을 뒷받침하는 것은 고사하고 스스로의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일류산업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시험인증 정책의 손질과 시험인증기관의 경쟁력 육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시험인증제도를 통합해 내수시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부처별로 분할된 수십개의 인증제도를 국가표준심의회에서 채택한 KC(Korea Certificstion)마크로 신속하게 통합해야 한다. KC마크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 인증마크를 브랜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험인증이 시장에서의 요구조건을 판별해 제품화를 결정하는 주요 수단임을 고려할 때, 우리도 선진국과 같이 R&D와 시험인증을 분리해 동시에 추진하는 컨커런트 엔지니어링(concurrent engineering)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LED 칩 제조기술 등 3대 핵심원천기술 확보에 2012년까지 연간 1000억원 규모의 기술개발 자금 투입을 계획하고 있다. 개발 제품의 조기 시장화 및 시장화 성공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설계단계부터 시험인증기관 참여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술개발 자금에 시험평가비용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국가 대표 대형 시험인증기관을 육성해야 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국내 시험기관은 그 규모가 영세해 미래에 대비한 자체 투자를 하기 어렵다. 국내 시험인증시장을 보호하고 기술자주권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투자가 가능하고 외국기관의 M&A 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의 외형을 갖춘 대형기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 시험인증기관 스스로도 첨단 산업분야에 대한 시험평가기술 개발과 시험인증 역량 세계화에 반드시 노력해야 한다. 우선 국제 시험인증자격을 갖추도록 기술수준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상대국에 시험기관을 설립하고 한국시장에 필요한 인증시험을 수행해 외국기업으로부터 매출도 창출해 나가야 한다.
이유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장 yjlee@ktl.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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