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 통신사업자인 BT그룹이 고객의 인터넷 활동을 추적, 분석하는 타킷 광고기술의 도입을 포기했다. 이 기술은 인터넷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매우 높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 안에서도 논란을 빚어 왔다.
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BT그룹의 이 같은 방침을 전하고, 이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업체인 폼(Phorm)의 주가가 40% 이상 곤두박질쳤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뉴욕타임스는 폼이 한국에서도 이 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라고 전해 BT그룹의 이 같은 결정이 향후 국내 시장도입 여부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폼의 행위분석 기반 타깃광고 기술은 그동안 광고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받았지만 인터넷서비스업체(ISP)로부터 제공된 실제 정보를 활용해 고객의 웹 브라우징 패턴을 분석, 이용한다는 점에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을 불러 왔다. 물론 폼 측은 이 시스템의 데이터 익명 및 보안 처리에 나서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프라이버시 옹호 진영의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BT그룹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시민단체인 열린권리그룹(ORG)의 짐 킬록은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해 의미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BT그룹은 이번 조치가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다른 부문에 기술투자가 이뤄지면서 관련 예산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BT그룹 측은 “(우리는) 여전히 인터넷 기반 광고가 고객과 광고주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며 “차세대 브로드밴드와 TV서비스 등을 위해 재원을 조정할 필요가 생겼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폼 측은 “BT가 다시 관련 기술 이용이 필요해지는 상황이 올 것을 기대한다”며 “해외시장으로도 눈을 돌릴 것”이라고 밝혔다.
BT그룹은 지난 2006년부터 이 타깃광고 기술을 테스트해왔다.
행위분석 기반 타깃광고 시스템의 문제는 비단 영국만의 이슈는 아니다. 미국에서도 프라이버시 옹호 진영의 비판 속에 의회가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국 광고단체도 지난주 행위 모니터링 프로그램과 관련된 자율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다. EU도 인터넷 이용자가 자신의 행위가 추적되거나 분석될 수 있다는데 명백하게 동의하지 않는 한 웹서핑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과 분석을 금지하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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