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표정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는 이레나. 연고도 없는 새로운 곳으로 이사 온 그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제법 인심을 얻은 이레나는 보석상을 운영하는 이다처 부부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 새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는 부부가 없으면 그들의 딸 앞에서 태도가 돌변하고 무엇엔가 쫓기는 나날을 보낸다.
‘시네마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가 감독을 맡은 ‘언노운 우먼’이 지난 1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많은 궁금증을 안고 출발한다. 여자는 왜 비키니 차림으로 서 있나?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디서 비롯되나? 지목된 여자는 왜 저항 없이 스스로 옷을 벗는가? 불충분한 설명과 단서로 시작되는 영화는 여자의 동선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서서히 풀어 간다. 주인공 이레나의 행보는 영화의 줄거리다.
이 작품은 장르의 미덕과 공식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작품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압박, 불분명한 사건에서 파생되는 긴장이 필름에 그대로 묻어 난다. 특히,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구성은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며 극의 중심으로 몰입을 유도한다. 음악을 맡은 엔니오 모리꼬네의 장중하면서 깊이 있는 선율 역시 이야기의 밀도와 완급을 조절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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