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침체된 경기 부양을 위해 공공기관의 대형 IT프로젝트를 조기 발주하고 있지만,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입찰에 적극 나서야 할 IT업체들이 정작 이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를 통해 공공기관이 최근 3개월동안 공고한 발주사례를 분석한 결과, 정보화 프로젝트 중 유찰에 의한 입찰재공고가 30건이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조사기간을 최근 6개월로 늘릴 경우 이 수치는 무려 100여건으로 늘어난다. 최근 재입찰 공고를 통해 발주된 프로젝트는 대부분이 단독입찰로 사업자 선정이 유찰된 경우다.
◇정부통합센터 사업 등 유찰사례 빈번=대표적인 사례가 당초 163억원 규모로 발주된 정부통합전산센터 제1차 하드웨어 자원통합 구축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 1월 19일 첫 입찰이 시작된 후 총 네 차례에 걸쳐 유찰됐다. 결국 발주 4개월 후인 다섯 번째 입찰에서 겨우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었다. 당시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사업자 선정이 연이어 유찰됨에 따라 사업자 선정을 위해 사업범위를 대폭 줄이는 특단의 방법까지 선택했다. 이로 인해 사업예산도 97억원으로 줄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추진한 107억원 규모의 2009년도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 인프라 구축 및 서비스 운영지원 사업도 두번이나 유찰됐다. 최근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주한 90억원 규모의 IT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이 두 차례 유찰, 3차 재입찰 공고가 이뤄진 상태다. 70억원 규모의 국립암센터 통합의료정보시스템 구축사업도 한 업체만 제안해 유찰됐다.
이 외에도 최근 3개월 동안 국토해양부 통합재해복구센터 구축을 위한 정보화전략계획(ISP)수립 용역, 국세청 IT서비스 관리 고도화 및 유지보수 사업, 법무부 교정전자민원시스템 구축사업, 관세청 제5차 통합 신BPR 및 정보화전략계획 ISP수립 사업 등 상당수의 공공기관 프로젝트가 유찰된 바 있다.
프로젝트가 유찰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과거처럼 많은 업체들이 경쟁에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재공고를 하더라도 겨우 2개 업체가 제안해 그 중 한 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되곤 한다. 특히 프로젝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안하는 형태가 급증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도 올해 상반기 연이어 대형 프로젝트를 발주했지만, 제안에는 2개 업체만 참여했다.
◇프로젝트 가격이 현실성 없어=이처럼 연이어 공공 프로젝트가 발주되고 있지만, 정작 해당 IT업체들이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프로젝트 가격이 현실성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네 차례나 단 하나의 업체도 제안에 참여하지 않아 유찰된 정부통합전산센터의 제1차 하드웨어 자원통합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공기관이 발주한 프로젝트가 네 차례나 유찰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입찰 참여기회가 개방적인 정부의 대형 IT프로젝트에 단 하나의 업체도 제안하지 않았다는 것은 프로젝트 예산이 사업범위에 비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업만 미리 발주한다고 해서 IT업계의 경기부양을 지원해 주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2009년도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 인프라 구축 및 서비스 운영지원사업도 결국 프로젝트 가격 때문에 IT업체들이 제안을 꺼린 것이다. 당시 이 프로젝트는 사업범위에 따라 공급해야 하는 태블릿PC의 가격이 너무 비싸 문제가 됐었다. 이 사업 역시 1차 입찰에서는 제안업체가 전무했다. 이후 2차 입찰을 했지만 겨우 한 업체만 제안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IT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정보시스템 구축사업도 프로젝트 가격이 낮다고 IT업계가 판단한 사례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자체적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사업범위 대비 예산 규모가 적정한지에 대한 타당성 검사도 실시했다.
한 IT서비스업체 공공담당 영업본부장은 “프로젝트가 없는 것 보다는 많은 것이 좋긴 하지만, 현실성 있는 사업이 발주되길 희망한다”며 “예산 규모가 적절하든가, 사업범위가 예산 규모에 걸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IT업체 관계자는 “공공 프로젝트의 가격 규모는 금융이나 그외 민간 프로젝트의 가격 규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공 프로젝트를 자칫 너무 낮은 가격에 수주하게 될 경우, 그 다음부터는 유사한 모든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저가로 수주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신혜권·성현희기자 hk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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