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 (15)가치 높여주는 입체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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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에 있는 가야산 계곡을 오르면 ‘백제의 미소’로 알려진 국보 제84호 ‘서산마애삼존불상’이 나온다. 좌우에 보살상과 반가사유상이 있고, 중앙에는 백제 특유의 둥글고 풍만한 얼굴을 지닌 여래 입상이 자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불상의 미소는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고 한다. 이처럼 미려한 불상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양각과 음각, 즉 입체적 조형미에 관한 감각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람은 어떻게 입체감을 인지할까. 원래 인간의 눈은 주변 사물을 3차원이 아닌 2차원 이미지로만 인지한다고 한다. 우리가 입체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두뇌의 인지 시스템이 2차원 이미지들을 3차원 입체로 재구성해준 덕분이다.

다음에 소개할 입체적 상상들을 보며, 우리 두뇌의 숨은 능력을 끌어내보자.

예전에 딸아이가 영어동화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그곳에서 판매하는 책 중에 비싼 가격으로 군침만 흘리다 학원 폐업 시에 싼값으로 구입한 것이 있는데, 로버트 사부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팝업 북이다.

동화책 한 권이 뭐 그리 비싸냐고 하겠지만, 책을 열어보는 순간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동화 속 인물들과 배경이 화려한 모습으로 튀어오르고, 책장을 접으면 ‘쏙∼’ 하고 접혀 들어간다.

특히, 앨리스가 하트의 여왕에게 ‘당신은 카드 조각일 뿐이야!’ 하고 소리쳐서, 카드들이 하늘로 솟아올라 앨리스에게 떨어지는 장면은 놀라운 입체적 상상력을 느끼게 한다.

한편, 디자이너 다케시 이시구로는 또 다른 팝업 북의 상상을 보여주는데, 책을 펼칠 때 캐릭터와 배경이 튀어오르는 대신 따스한 느낌의 불빛이 스며 나오는 ‘Lamp Shade’와 도심의 창백한 가로등을 옮겨온 듯한 ‘Street Lamp’를 제작해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책을 접어 전등이 사라지는 과정이 신기하기만 하다.

로버트 사부다의 책이 4만원, 다케시 이시구로의 조명이 12만원을 호가한다니, 입체적 상상의 가치를 실감할 수 있다. 일반 동화책이 1만원, 장식용 조명이 1∼5만원 수준인 걸 감안하면 말이다. 오늘 하루, 여러분이 만드는 제품의 가치를 높여줄 입체적 상상에 빠져보자. 거기에 소리, 불빛 등 오감까지 첨가해 본다면 좀 더 다이내믹한 상상이 되겠다.

김원우 KT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디지에코 퓨처UI 연구포럼 시삽 wwkim@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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