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팟 나노가 또 폭발했다.
직장인 김 모 씨가 사고를 당한 건 지난 10일 새벽 4시 28분. 같은 날 1시 30분 경, 취침 전 충전기에 꼽아둔 아이팟 나노가 폭발음과 함께 불꽃을 일으켰다. 머리맡에 아이팟을 두고 잔 김 씨는 폭발과 함께 발생한 불꽃이 머리띠에 옮겨 붙어 머리카락 일부가 불에 그을렸다.
김 씨는 “머리맡에서 이뤄진 일이라 얼굴이나 머리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며 “이상 없이 쓰던 제품이 갑자기 폭발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김 씨가 사고 직후 찍은 사진에는 면으로 보이는 김 씨의 머리띠가 불에 타 곳곳이 심하게 손상돼 있다. 문제의 아이팟 역시 폭발로 인해 외관이 녹아 내리는 등 훼손돼 있다.
사고가 난 제품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 나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5년 발매됐으며 작년 12월 처음 폭발 사고가 났던 것과 동일모델이다. 이달 초에 발생한 폭발 사고를 일으킨 제품과 같은 모델이다. 아이팟 나노는 이미 해외에서도 여러 차례 문제가 돼 일본에선 정부 당국이 지난해 진상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애플은 세계 곳곳에서 문제가 터지자 지난해 8월 ‘국내에도 2005년 9월에서 2006년 12월 사이에 판매된 제품에서 배터리가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과열되는 경우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애플은 ‘심각한 상해나 재산상 손실이 보고된 경우가 없다’며 수리나 회수 조치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폭발사고와 관련해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사고 사실과 경위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과 밝혔다. 또 관련 정보 공개와 문제의 제품이 국내 언제 들어오고 몇 대나 유통됐는지에 대해서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배터리가 오래됐다고 해서 과열이 일거나 폭발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확한 원인은 알기 힘들지만 신뢰성을 소홀히 했거나 제품 자체에 결함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아이팟 나노의 폭발이 잦자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윤건일·이성현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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