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가 지난 3월 국내 최고정보책임자(CIO) 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금융, 공공, 제조 전 분야 CIO들이 가장 관심 있는 기술로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를 꼽았다.
많은 CIO들이 BPM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CIO들의 이러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국내 BPM 솔루션 시장은 도무지 활성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장순열 한국IDC 이사는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꾸준히 연평균 20% 성장을 보여오던 BPM 시장이 지난해 3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왜 CIO들의 BPM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BPM 솔루션 시장은 정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을까.
◇전사 확산 사례 적어=BPM 도입이 전사적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고, BPM 도입이 주춤한 이유는 투자대비효과(ROI)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부 기업들이 BPM 프로젝트를 IT부서 주도, 혹은 IT 프로젝트로 진행하다 보니 전사 확대에 한계를 겪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실패 사례가 눈에 띄는 효과를 창출하지 못해 시장 위축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비슷한 시기에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시스템(BPMS)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한 A사와 B사는 같은 업종이면서도 프로젝트 결과가 크게 엇갈렸다. 상이한 프로젝트 추진체계가 빚어낸 결과라는 평가다. IT부서 주도로 BPMS 프로젝트를 추진한 A사는 전사 확산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반면 임원 주도의 프로세스혁신 부서를 별도로 구성하고 체계적 거버넌스를 갖췄던 B사는 전사 확산을 보다 쉽게 할 수 있었다. 이는 프로젝트 진행 후 변화관리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느냐 연관된 문제다.
전희철 리얼웹 부사장은 “BPMS 프로젝트는 IT부서 주도가 아닌 현업이나 별도의 전사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조직에서 추진하고 IT부서는 이를 지원하는 체계로 이뤄져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BPMS 도입이 전사적 프로세스 혁신이나 비즈니스 가치와 연결하지 못한 점도 BPM 솔루션 시장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진정한 BPM이라면 기업의 전사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모델링하고 개선하는 활동이어야 한다”면서 “프로세스 관점이 아닌 단위 업무시스템에 BPM 솔루션을 적용한 것을 BPM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도구로서 BPM에 대한 사용자와 IT업계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석진 한국오라클 팀장은 “워크플로 기반 BPM은 다른 정보시스템과 연동할 때 표준 기술을 사용하지 않아 ERP를 업그레이드할 때 BPMS를 재구축하거나 다시 하드코딩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부담도 BPM 도입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BPM 솔루션 시장 변화 일어=지난해 BPM 시장에서는 워크플로 BPM 시장의 급격한 축소가 눈에 띄었다. 워크플로 제품군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핸디소프트의 매출은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오라클과 IBM은 전년대비 점유율이 확대됐다.
이는 플랫폼 기반의 BPM 솔루션이 시장에서 가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들어 SAP가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를 결합한 플랫폼 기반의 BPM 솔루션을 출시하면서 오라클, IBM과 함께 SOA 기반의 플랫폼형 BPM 수요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들 대형 글로벌 업체들은 SOA 수요가 확대될 것인 만큼 BPM에 대한 관심도 같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이렇다할 SOA 기반 BPM 적용 사례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모두 BPM과 SOA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비즈니스프로세스플랫폼(BPP, Business Process Platform)을 제공하며, 기존 ERP의 한계를 극복하는 프로세스 중심 통합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ERP 구축으로 인한 부서간 장벽을 해소하고,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석진 팀장은 “ERP를 중심으로 공급망관리(SCM)시스템 등 다른 정보시스템을 통합하고 있는 제조업체들은 단위 시스템의 물리적 통합이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경우 시스템의 통합보다 프로세스 관점 통합이 효율적이고 쉬운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즉, SOA 기반 BPM을 이용해 사용자와 프로세스 관점으로 모든 시스템이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장기적으로 SOA기반 BPM이 ERP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안유환 핸디피엠지 대표는 “기존 ERP의 절반가량 금액으로 ERP의 효과를 대체할 수 있다”며 “인도나 동유럽의 국가로부터 저가의 공통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지고 다양한 서비스가 오픈 소스 또는 SaaS 형태로 공급되면, 저비용으로 SOA 기반 BPM이 ERP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SOA 기반 BPM의 전사시스템 확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전희철 리얼웹 부사장은 “제조기업들이 SOA를 기반으로 IT리소스를 재편성하는 것은 긍정적 방향이지만, 전사적으로 SOA 기반 BPM을 구현한다고 했을 경우, 큰 규모의 투자에 비해 기대한 만큼의 ROI를 창출할 수 있을지는 의문시 된다”고 말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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