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메일 `나이지리아 편지` 아시나요

지방의 모 사립대 교수인 A씨는 지난달 수백만원을 황당하게 날릴 뻔했다. 자칭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 사는 시한부 암환자라는 여성으로부터 남편의 유산 580만달러를 기독교도인 자신에게 선교 비용으로 기부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은 것이다. 메일의 제목은 ‘Donation’(기부)이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여긴 A 교수가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더니 “기독교와 관련해 당신이 쓴 영어 칼럼을 인터넷으로 읽었다. 기부하기에 적합한 사람으로 생각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메일 답신에는 580만달러 예탁증서까지 첨부돼 있었다.

순간적으로 깜빡 속아 넘어간 A 교수는 은행 및 법률 수속비 명목으로 상대쪽이 요구한 4천750달러(약 590만원)을 부쳤다가 곧바로 은행에 송금 중단을 요청, 간발의 차이로 피해를 모면할 수 있었다.

송금이 완료되기 직전 인터넷에서 “수백만 달러를 준다는 사기 이메일이나 전화를 조심하라”는 아프리카 교민의 경고 글을 읽은 덕분이었다.

이처럼 수백만∼수천만달러의 거금을 미끼로 수천∼수만달러의 선금을 요구하는 영문 사기 이메일이 수년째 근절되지 않고 있다.

비영어권인 우리 나라에서도 영문 이메일에 익숙한 사업가나 교수, 학생, 해외 선교사 등은 속기 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 교수는 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상대방이 고급 영어를 쓰며 상류층 행세를 한데다 위탁증서도 그럴듯하게 위조돼 의심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런 사기 수법은 흔히 ‘나이지리아 편지’(Nigerian Letter), 혹은 ‘419 편지’(사기범죄 관련 나이지리아 법 조항 번호를 딴 것)로 불린다.

1980∼1990년대 나이지리아 출신 사기꾼이 영국과 미국 기업에 엉터리 사업안을 적은 편지와 팩스를 보내 선금을 가로챈 것이 시초다. 인터넷 시대에는 불특정 다수에게 이메일을 뿌리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자 미국 국무부는 2007년 2월 공식 경고 책자 (http://travel.state.gov/pdf/international_financial_scams_brochure.pdf)를 발간하기도 했을 정도다.

사기범들은 주로 아프리카 특정 국가의 옛 통치자가 남긴 비자금을 인출하도록 도와 달라거나 특정 종교나 단체에 돈을 기부하겠다는 내용의 메일로 접근한다.

복권에 당첨됐다며 보험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국제결혼을 미끼로 항공료와 숙박료를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현지 정부나 법원의 직인을 위조해 꾸민 서류를 이메일과 팩스로 보내고 엉터리 웹사이트를 내세우기도 한다.

A 교수는 “친구인 다른 교수는 최근 나이지리아 장성 딸이 망명 자금을 보낸다는 말에 속아 8만달러를 날렸다”며 “사기당하고 나서도 부끄러워서 신고조차 못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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