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만 좋으면 `외국인 사장님`도 OK"

“경영성과만 좋다면 국적도 인종도 상관없다.”

글로벌 기업으로 뻗어나가는 한국 기업들이 경영진의 구성에서도 ‘다국적군’으로 과감하게 변신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토종 기업’이지만 현지법인도 아닌 국내 본사의 최고 경영진 가운데 다수가 외국인인 회사가 나오는가 하면, 글로벌 인재를 뽑고 관리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두는 회사까지 생겨났다.

7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글로벌 대기업 가운데 외국인 경영진 영입이 가장 활발한 회사는 LG전자다.

이 회사 남용 부회장은 취임 이래 “(국적과 상관없이) 전 세계에서 이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을 뽑겠다”고 공언해왔고, LG전자는 핵심분야에 필요한 외국인 임원은 언제든지 영입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집행임원까지 모두 268명의 임원이 있는 이 회사에 외국인 임원은 29명(국내 근무 21명)으로 임원 10명 중 1명꼴 이상이다.

특히 본사 최고 경영진 7명 가운데 최고마케팅책임자(CMO·더모트 보든·존슨앤존슨 출신), 최고구매책임자(CPO·토머스 린튼·IBM 출신), 최고공급망관리책임자(CSCO·디디에 쉐네보·휴렛패커드 출신), 최고현장유통책임자(CGTMO·제임스 셰드·P&G 출신), 최고인사책임자(CHO·피터 스티클러·포드 출신) 등 5명이 외국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원회의와 각종 보고서, 프레젠테이션은 모두 영어로 이뤄진다. 외국인 임원 급증에 따른 문화적 충돌 우려 가능성에 대해 LG전자 측은 “영입 당시부터 국제감각을 고려했고 대부분 아시아권 근무경험이 있어 현재까지 큰 문제는 없다”고 전했다.

모두 10명(국내 근무 7명)의 외국인 임원이 있는 삼성전자는 외국인 임원 영입 자체를 중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업의 글로벌화 추세에 따라 내부 승진이나 영입을 통해 외국인 임원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1월 임원인사에서도 사업지원팀 요한 상무(벨기에 출신)가 임원으로 진급한 게 그 예다.

아직 숫자에서는 LG에 뒤지지만, 외국인 인재 영입의지는 그에 못지않게 강력한 회사가 SK그룹이다.

SK그룹은 ‘순혈주의’를 벗어나 조직의 DNA를 글로벌화한다는 목표하에 지난 2007년 SK C&C의 글로벌 사업을 담당할 인도 출신 매니쉬 프라카쉬 상무를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3명의 외국인 임원이 근무하고 있다.

SK에서 두드러진 부분은 글로벌 인재관리 조직이다. 이 회사는 최근 국내외 채용과 관리, 글로벌 인력기반 구축을 담당하는 ‘글로벌 인재 매니지먼트(GTM) 전담조직’을 만들었다.

이 조직을 담당하는 임원도 하버드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뒤 회계 및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 등 7개 미국 대기업에서 25년간 인력관리를 맡아온 린다 마이어스(상무급)이다.

현대, 기아차의 외국인 임원들은 주로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180여 명이 포진하고 있다. 현지 채용 임원들은 해외 자동차업체 근무 경력 및 영업, 마케팅 관련 업무에 대한 다양한 이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지 출신으로 현지 시장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으며, 전략 수립이나 고객 대응시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현대차 미국법인장인 존 크라프칙 부사장은 2004년 4월에 현대차에 입사해 미국 현지에서 현대차 상품 개발 및 영업, 마케팅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크라프칙 부사장은 스탠퍼드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 MIT 슬론 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포드자동차에서 상품개발 업무 담당, 수석연구원으로 일했다.

실직하면 이미 판 자동차를 반납받겠다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Assurance Program)을 전격 도입해 미국 시장에 충격을 주며 현대차의 점유율을 끌어올린 주체가 바로 그다.

또 기아차는 최근 기아차 유럽총괄법인 현지인 책임자로(COO) 폴 필포트를 임명했다. 폴 필포트는 유럽총괄법인 현지인 책임자로 전 기아차 영국 법인에서 영업과 마케팅 담당 이사로 활동했으며, 그동안 영국 시장에서 기아차 인지도 성장을 주도한 경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밖에 두산은 2006년 11월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두산의 사업부문 담당 부회장에 미국 출신 제임스 비모스키를 영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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