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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가 아닌 새로운 도전을 위한 선택이다.”
7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만난 최준근 한국HP 사장(56)의 얼굴은 최근 사임의사를 밝힌 사람답지 않게 밝은 표정이었다. 아니 사임을 결정했기에 밝은 표정이었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최 사장은 지난 1975년 삼성그룹 공채 입사 후 1984년 옛 삼성휴렛팩커드(HP) 설립 당시부터 HP와 함께했다. 그 중에서도 1995년부터 지금까지 15년 가까운 시간은 한국HP 사장으로 지냈다. ‘직업이 사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최 사장은 ‘직업이 한국HP 사장’이었던 셈이다.
외국계 기업 지사장으로서 그가 겪었을 실적 스트레스는 ‘안 봐도 비디오’다. 그간 최 사장은 단 1주일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최 사장은 “한두 달 뒤 후임 대표 선임이 완료되면 평소 즐기던 사진찍기나 트레킹 등을 즐기며 무조건 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에서 쌓은 경험을 이대로 접어두지는 않을 생각이다. 최 사장은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를 키울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이미 자리를 잡은 외국계 기업 지사장을 맡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사임 배경을 두고 여러 얘기가 많았지만 좀더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서라고 그는 설명했다. 최 사장에게 ‘다국적기업 최장수 CEO’라는 별명은 영예롭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더 다양한 영역으로 나가지 못했다는 질책으로 들렸다.
최 사장은 “훌륭한 회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많은 것을 배웠지만, 한 회사에만 머문 것은 일종의 ‘핸디캡’”이라고 자신을 스스로 지적했다.
그는 “요즘 IT뿐 아니라 에너지나 환경 관련 업종에도 관심이 많다. 대기업뿐 아니라 함께 회사를 키워나갈 수 있는 벤처 같은 곳도 좋다”며 향후 진로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최 사장은 IT업계 후배들에게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IT업계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한 그의 눈에 비친 요즘 젊은 직원들의 모습은 ‘조급함’ 그 자체다. 최 사장은 “본연의 업무보다는 다른 회사 연봉이 어떤지, 승진 속도가 어떤지 등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직원들이 많다”며 “조직 안에서 한 걸음씩 발전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