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MS가 미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와이어리스와 손잡고 내년 초 터치스크린 형태의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MS의 최신 윈도모바일 운용체계(OS)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장터로 무장한 첫 작품이 애플 아이폰의 텃밭인 스마트폰 시장에 가져올 변화에 벌써부터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MS와 버라이즌은 프로젝트명 ‘핑크’로 명명된 터치스크린 스마트폰을 제3의 제조업체와 함께 개발할 예정이다. MS는 OS 공급은 물론이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설계까지 담당한다. MS가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PC 시장의 위축으로 윈도 매출이 위협받는데다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MS의 윈도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6%나 감소했다.
팽창되는 넷북 시장을 겨냥해 차기 OS인 ‘윈도7’에서 기능이 제한적인 넷북용 ‘스타터’ 버전을 준비한 것처럼 신규 사업인 스마트폰으로 매출 확대를 위한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스마트폰 판매로 ‘윈도 모바일’의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버라이즌은 미국 내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는 AT&T에 맞설 수 있게 됐다. 버라이즌은 AT&T와 애플의 계약이 내년 종료됨에 따라 애플과 협상을 벌여왔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과의 협상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핑크’는 MS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 작품인데다 애플의 ‘앱스토어’에 맞설 ‘윈도마켓플레이스’와 MS의 새 모바일 OS 기능들이 탑재된다.
MS·버라이즌 연합군이 시도하려는 방식과 동일한 모델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순항 중인 구글과도 비교가 불가피하다. 구글은 6개월 전 자사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G1폰’을 출시, 현재까지 100만대를 판매했다.
버라이즌은 ‘핑크’와 별도로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장터를 이미 개발, 공개를 앞뒀다.
MS가 스마트폰을 제조할 업체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본 ‘샤프’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 초기 여러 글로벌 휴대폰 업체에 제안을 해왔지만 최종적으로 샤프가 낙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샤프는 일본 1위 휴대폰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해외 진출을 타개할 묘책으로 MS와의 제휴를 선택한 셈이다.
프로젝트를 제안받았던 국내 업체의 한 관계자는 “핑크 프로젝트는 MS의 다양한 스마트폰 프로젝트 중 하나”라며 “MS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지만, 글로벌 휴대폰 업체가 아닌 샤프가 제조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경·양종석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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