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의 핵심 소재인 연성동박적층판(FCCL)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의 전통적인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엔고 현상으로 일본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국내 시장에서 점차 밀려나는 반면, 토종업체들은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품질·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우리나라 안방을 서서히 장악해가는 추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3층 FCCL 시장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90% 이상 수준에 뛰어오른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분기만해도 일본 ‘아리사와’의 점유율은 30%를 넘어섰지만 최근 환율 상승과 국산 제품의 품질 향상으로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국내 3층 FCCL 시장의 경우 전문업체인 이녹스와 한화L&C가 양분한 가운데 일본계 도레이새한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일본 아리사와, 대만 타이플렉스 등 외산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1분기 한자리수대로 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2층 FCCL 시장에서도 일본 업체들의 자취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1분기 45%에 이르렀던 신일본제철의 시장 점유율이 올해 들어 20% 내외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틈을 비집고 두산전자가 국내 시장 점유율 5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어 LG화학, 제일모직과 미국 듀폰사의 합작사인 SD플렉스, LS엠트론 등이 시장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 국내 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모두 합치면 80%를 이미 넘어섰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이처럼 국내 FCCL 업체가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는 엔고로 인한 가격 경쟁력은 물론, 최근 원재료인 폴리이미드(PI) 필름의 국산화가 진전된 것도 중요한 배경인 것으로 풀이된다. FCCL의 원료인 PI는 일본 업체인 카네카·우베 등이 시장을 독점해 왔지만, 지난해 SKC와 코오롱간 합작사인 ‘SKC-코오롱 PI’가 출범한뒤 국내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가격 경쟁력 확보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박정진 이녹스 상무는 “과거 등장한 일부 휴대폰용 FPCB를 제외하면 지금은 대다수 FCCL 소재의 국산화가 이뤄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며 “해외 시장에서도 국내 FCCL 업체가 선전하고 있어 조만간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따라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FCCL
FCCL은 휴대폰 등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FPCB의 핵심 소재로 에칭 등을 통해 필요한 회로를 형성하면 FPCB가 된다. FCCL은 PCB에 쓰이는 CCL에 비해 두께가 얇고 구부리기 쉽게 제조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FCCL은 2층과 3층 2가지로 2층은 폴리이미드(PI) 필름에 동박을 씌워 만들고 3층은 PI 필름과 동박을 접착제로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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