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도시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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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사이 도시광산(urban min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도시광산은 도시에서 대량으로 배출되는 폐전자제품에서 유용한 금속자원을 추출하는 형태를 비유해 만든 단어다. 1980년대 일본에서 나온 개념이다. 지난해 금속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 도시광산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됐다.

 금속자원은 전자제품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다. 지구에 매장된 금속자원은 언젠가 고갈된다. 금속자원이 없으면 더 이상의 전자제품도 없다. 자원 재활용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본의 도시광산엔 전 세계 금 매장량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6800톤이 널려 있다. 은은 전 세계 매장량의 4분의 1가량인 6만톤이 일본 도시광산에 녹아 있다. 국가별 축적량을 순위로 매기면 단연 1위다. 동을 비롯해 형광체나 투명전극 등에 필수적인 인듐의 축적량은 세계 2위, 초강도 공구 등에 사용되는 탄탈은 세계 3위다. 지하자원으로 따지면 자원빈국에 속하는 일본은 지상자원인 도시광산 측면에서 이미 자원대국이다.

 금광석 1톤에서 얻을 수 있는 순금의 양은 평균 4∼5g이다. 이에 비해 같은 양의 PC에선 52g의 금을, 디지털카메라에선 170g, 휴대폰에선 400g의 금을 캘 수 있다. 은은 이들 전자제품에서 캘 수 있는 양이 금보다도 2∼5배 더 많다.

 엄청난 규모의 도시광산에서 자원을 캐낼 수 없다면 이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20여년 전 도시광산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일본 역시도 재활용 면에서 여전히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만 주목되는 점은 지난해부터 도시광산을 바라보는 눈빛이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마쓰시타전기는 폐가전제품 중 재활용이 불가능했던 혼합물로부터 금속만 추출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미쓰비시전기, 마쓰시타전기, 샤프, 도시바, 다이킨의 5개 가전업체는 그동안 고객이 부담해오던 폐가전 회수비용을 대폭 인하하는 방법으로 폐가전 재활용률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바빠졌다. 가전 양판점이나 휴대폰 대리점에 폐휴대폰 수거함 비치를 의무화했고, 조속한 시행을 목표로 폐휴대폰 반납자에게 금전적 혜택을 부여하는 휴대폰 리사이클 촉진정책도 마련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 환경청은 이동통신 서비스 4개사와 공동으로 폐휴대폰 수거와 재활용을 위한 구체 목표와 행동계획을 내놨다. 고객에게 폐휴대폰 1대당 최대 50달러를 보상해주는 바이백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우리도 이에 뒤질세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를 포함한 일부 지자체가 주택가에 소형 전자제품 수거함을 설치하고, 대형 전자제품은 직접 가정을 찾아가 무료로 수거해주는 도시광산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이젠 우리 정부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국가단위의 폐가전제품 수거 체계를 마련할 모양이다. 유관 부처의 협의를 거쳐 이를 촉진할 통계시스템 구축 방안도 검토 중이다.

 비록 시작은 다른 나라에 비해 늦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신속히 진행할 수 있다면 결코 늦은 것도 아니다. 이왕에 할 일이라면 제대로 해보자. 4∼5년 후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사례를 배워갈 정도로 확실한 도시광산 개발 모범사례를 만들어내자.

 최정훈 국제부 차장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