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https://img.etnews.com/photonews/0904/090413051543_1012998315_b.jpg)
원자력이 이 땅에 도입된 이래 50년 세월이 흘렀다. 과학기술 불모지로부터 첨단기술인 원자력산업이 꽃을 피운 것은 경이적이다. 한국의 원자력산업은 이미 세계 6위 수준이며 기간산업으로서 국가 경제와 산업 발전에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한국기술의 우수성에 찬사를 보낼 때에는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이러한 괄목할 만한 성장의 요인과 원동력은 무엇일까. 초창기 국내 산업 기반이 취약했던 시절에는 정부의 비전과 정책적 지원이 주효했다. 경제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에너지 확보에 민관이 총력을 기울인 결과다. 특히 한국표준형 원자로 기술의 자립과 핵연료 국산화 등을 추진하기 위해 산학연이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했고 선진 원자력기술을 획득하고 이를 토착화하는 데 힘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원자력의 장래에 희망을 갖고 헌신한 우수한 과학기술자들의 땀과 눈물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나는 지난 반세기를 뒤돌아보며 국가 최고지도자의 원자력에 대한 혜안과 결단력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지적하고 싶다. 예컨대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원자력 육성의지는 남달랐다. 원자력 태동기인 1958년에 국무위원급의 행정부처인 원자력원을 설치했고 또한 원자력법을 제정해서 국내 연구기반 구축과 정책 지원을 담당하도록 했다. 더욱이 전후 복구의 어려운 재정상황에도 불구하고 인재 양성을 위해 선진국에 많은 유학생을 파견했다. 또 1959년 국내 최초의 연구기관인 원자력연구소 설립을 주도했고 국내 이공·의학·농학의 중견연구자들을 한곳에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했다. 경제사회개발계획을 본격 추진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은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를 설립했는데 이때 해외에서 유치한 과학자들의 상당수가 원자력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파견됐던 유학생들이었다.
원자력은 자연에 숨겨져 있는 거대한 힘이다. 그 정체를 밝히는 것은 과학자의 몫이지만 이를 국가 번영에 이용하는 것은 국가 지도자들의 몫이다. 원자력은 핵 비확산 등 고도의 국제정치, 외교의 핵심 이슈기 때문에 국가 정상들 간에 중요한 의제로서 논의가 이루어진다. 더욱이 오늘날 세계적인 유수 기업들 간에도 합종연횡과 전략적 제휴가 계속 진행되고 있어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산업계에 대한 범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
원자력 르네상스 도래에 대비해서 이명박 대통령은 야심적인 원자력 확대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정책목표가 실현되고 우리나라의 대외원자력 수출이 본격화되는 새로운 반세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 이헌규(hglee@kinac.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