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골프코스에는 거의 언제나 캐디가 있기 때문에 거리 측정이 어렵지 않다. 그저 캐디에게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라운딩하다 보면 골퍼의 거리 감각이 무뎌진다. 경사가 심한 오르막 홀에서 볼이 100m를 표시하는 말뚝 옆에 있을 때, 캐디에게 거리를 물어보면 120m라고 대답하는 때가 대부분이다. “120m? 8번 아이언 주세요” 그러고는 그냥 때린다. 그린에 올라가면 굿샷이고 짧으면 뒤땅친 것으로 치부하고 만다. 거리가 잘못됐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그런 부류의 골퍼였다. 그러나 부시넬에서 나온 레이저 거리 측정기(레인지 파인더)를 구입해서 들고 다니며 실제 거리를 측정해보니 캐디들이 불러주는 거리가 대부분 엉터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고참 캐디를 만나면 그나마 정확한 거리를 알려주기는 하는데 의도적으로 10m씩 더 붙여서 거리를 알려주는 것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주말 골퍼가 자기 거리를 평생에 제일 잘 쳤던 샷의 거리로 생각하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는 캐디는 아예 거리를 10m 붙여서 불러준 것이다. 오랜 경험으로 거의 정확한 내 비거리를 알고 있는 나는 캐디 말만 믿었던 나머지 라운딩 내내 공이 그린 뒤쪽에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됐다. 나중에 레인지 파인더를 구입하고서야 이 비밀을 알게 됐다.
모든 사람이 레인지 파인더를 구비할 수는 없는 일이니(무려 60만원이나 한다) 캐디의 말을 믿어야 하는데, 앞에서는 캐디의 말을 믿지 말라고 하니 독자 여러분은 더 헷갈릴 것이 틀림없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캐디에게 거리를 물어보기 전에 본인 스스로 거리를 판단해보는 것이다. 100m 표시목과 150m 표시목의 정 중간에 공이 멈춰 있다면 두 개의 표시목 중간인 125m라고 생각하고 대체적인 거리를 추정한다. 그리고 나서 캐디에게 거리를 물어본다. 보나마나 135m라는 답변을 듣게 될 것이다. 이때 표시목을 보면 125m인데 왜 135m냐고 꼭 물어봐야 한다. “오르막이잖아요. 그래서 한 클럽 더 보셔야 돼요” 혹은 “맞바람이 불잖아요”라고 대답하는 캐디를 만나면 그날은 횡재한 날이다. “원래 그래요. 표시목이 잘못됐어요”라고 말하는 캐디를 만나면 아이언 비거리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한 하루를 보내야 할 것이다. 그래도 거리를 길게 불러주는 캐디는 나은 편이다. 엉뚱한 숫자를 불러주는 캐디도 꽤 많다. 이런 날은 아이언 비거리가 들쭉날쭉하는 바람에 본인의 아이언 샷 감각까지 잃어버리는 일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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