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에도 최근 SaaS(Software as a Service) 바람이 솔솔 불고 있는 모양이다. 불황기일수록 굳이 값비싼 IT시스템을 구입할 필요 없이 외부 전문업체들이 제공하는 SaaS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보안 문제 등이 좀 염려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외부 전문기업으로부터 IT자원을 빌려 사용하는 게 IT비용을 줄이는 데 효과가 많다고 보는 기업이나 CIO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SaaS 시장의 대표주자인 미국의 세일즈포스닷컴의 매출 확대는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SaaS의 현주소를 잘 말해준다. 지난해 세일즈포스닷컴은 전년 대비 43.8% 성장한 10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달성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만 1억959만달러다. 전년 대비 무려 72% 성장한 수치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의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SaaS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일본 업체들이 증가 추세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초 후지쯔와 NEC가 연이어 SaaS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거나 애플리케이션 제공 업체에 필요한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두 업체는 협력처 만들기에도 아주 열심이다. 후지쯔가 협력처를 200여개로 늘렸고, NEC는 협력처 대상의 ‘SaaS 비즈니스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IBM은 연내 중견 및 중소기업 대상으로 그룹웨어인 ‘로터스 라이브’를 SaaS 애플리케이션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웹 대응력이 취약한 ‘로터스 노츠’ 이용기업들이 다른 기업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것을 막아보자는 셈법도 작용했다. 일본IBM은 오는 2012년이면 60% 이상의 컴퓨터가 클라우드 환경으로 바뀔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클라우드 컴퓨팅과 함께 SaaS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MS 역시 클라우드 컴퓨팅과 함께 SaaS를 역점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도다. ‘익스체인지 온라인’ ‘세어포인트 온라인’ ‘오피스커뮤니케이션 온라인’ 등 SaaS 애플리케이션을 내놓는다. 일본 MS가 SaaS시장에 진입할 경우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미 KDDI 등 사업자들이 ‘MS 익스체인지 서버’ 기반의 SaaS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들 사업자와 MS 간에 미묘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라쿠텐과 검색 및 포털업체인 야후재팬도 자신의 인프라를 SaaS용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SaaS의 서비스 다양화와 시장 확대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SaaS 사용자는 어느 정도일까. 니혼게이자이신문 산하의 니케이마켓억세스가 작년 8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SaaS 이용기업은 전체 조사 대상의 17.8%를 차지했다. 적지 않은 보급률이다.
하지만 SaaS는 아직 핵심 업무용으로는 사용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aaS를 어떤 용도로 쓰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e메일, SNS, 콘텐츠관리, 문서관리, 내부통제’ 등이 31.5%로 가장 많았다. ‘회계, 인사 급여, 경영전략·의사결정지원시스템’은 15.2%로 나타났다. 세일즈포스닷컴도 자신의 고객들이 아직은 기간업무에 SaaS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사례가 매우 적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는 단계다.
하지만 SaaS가 핵심 업무 분야까지 진입할 날도 머지않았다. 물론 핵심 업무까지 담당하기 위해선 현재보다 보안 기능도 강화되고 서비스 수준도 한층 높아져야 할 것이다. 일본의 SaaS시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따라 일본 IT업계의 판도도 상당 부분 바뀔 것이다.
장길수 CIO BIZ+팀장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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