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량 수입에 의존해오던 반도체 후공정 장비인 ‘웨이퍼 그라인더’가 국산화돼 10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됐다. 일본업체들이 독식해온 분야로 대일 무역역조 개선은 물론 국산 반도체 장비 기술의 가능성을 열었다.
반도체·LCD장비업체인 휘닉스디지털테크(대표 박재욱 www.pdt.co.kr)는 습식 웨이퍼 그라인더를 세계 첫 개발하고 지난주부터 납품에 들어갔다고 17일 밝혔다. 이 장비는 웨이퍼를 잘라 칩으로 가공하기 전에 얇게 연마하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후공정의 첫 단계에 쓰이는 장비다. 반도체 메모리가 대용량화되는 반면 칩 크기는 소형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가늘고 정밀한 디바이스 생산을 위해 중요한 장비다.
휘닉스디지털테크의 장비는 두께 720μm 300㎜ 웨이퍼를 50μm 수준으로 가공할 수 있다. 기존 장비는 가공 두께는 175μm수준이었으며 슬러리를 사용하거나 건식 방식을 채택, 얇은 웨이퍼가 깨지거나 정전기 문제가 발생했다. 휘닉스디지털테크 장비는 물로 연마를 해 이러한 문제가 전혀 없다.
일본 업체인 디스코, TSK 등이 세계 웨이퍼 그라인더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했다. 최근 엔고현상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휘닉스의 장비는 이보다 20% 저렴하면서 종합적인 성능이 20% 이상 개선효과를 보였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휘닉스는 1년간의 개발기간 동안 15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수요를 감안해 200㎜와 300㎜ 겸용으로 제품을 출시했다. 대만과 동남아 국가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이승훈 휘닉스디지털테크 상무는 “국내 웨이퍼 그라인더 시장규모가 1000억원에 이르는 만큼 수입대체효과가 클 것”이라며 “반도체 업황이 침체됐지만 향후 가능성을 보고 미리 제품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휘닉스디지털테크는 지난 1992년에 설립돼 LCD관련설비와 공장자동화(FA)설비 등을 주력사업으로 펼쳐왔다. 이번에 개발한 웨이퍼 그라인더를 통해 반도체장비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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