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똑똑한 시스템이 성장동력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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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위기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때 대부분 기업은 생존을 위해 단기적으로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에 집중한다. 그런데 비용 절감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각자 기업의 핵심가치에 집중해 경쟁력을 공고히 하고, 새롭게 나타나는 성장 기회를 찾아내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경제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메시지를 잘못 읽으면 모든 영역에서 기회가 똑같이 줄어들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회가 사라지는 분야가 있으면, 또 한편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마련이다. 경제환경이 어려울수록 경쟁력에 따라 승자와 패자의 명암이 뚜렷하게 갈린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차별화된 강점과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별화된 가치를 더욱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똑똑한 시스템’에 투자해야 한다.

 금융기관은 보다 똑똑한 위험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환경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더 똑똑한 거래시스템이 필요하다. 고객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똑똑한 고객정보 시스템도 금융·제조·통신·유통 등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똑똑한 시스템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북유럽에서는 RFID를 적용한 스마트 푸드시스템을 활용해 육류의 모든 유통과정을 추적해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철강회사가 최적화 알고리듬을 채택해 철강 자재의 활용 수율을 1%가량 향상시키고, 수천억의 원가를 절감한 사례도 있다.

 똑똑한 시스템은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성장 동력을 되살리고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켜 경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글로벌 통합 경제 환경에서 투자와 업무의 흐름은 보다 똑똑한 인프라를 갖춘 나라로 흘러들어 갈 것이다. 첨단 IT로 무장한 교통체계, 현대화된 공항, 안전한 무역로, 신뢰할 만한 에너지 네트워크 등은 향상된 삶의 질을 제공해 공공의 이익을 창출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인프라 투자가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도로·항만 등 전통적인 인프라에도 똑똑한 시스템을 결합할 수 있고, 금융·교육·의료·행정 등 서비스 산업의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어 가는 데도 똑똑한 시스템은 필수적이다.

 ‘녹색성장’ 역시 마찬가지다. 효율적인 에너지 활용을 비롯해 기후변화를 더 똑똑하게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교통·물류 시스템도 실질적으로 녹색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정보통신기술이 결합된 똑똑한 시스템은 산업의 ‘피’와 같은 역할을 한다. 철강이 20세기 산업의 ‘쌀’에 비유됐던 것과 마찬가지다. 똑똑한 시스템은 녹색성장 같은 신규 성장동력을 찾아내고, 고급 인력들의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똑똑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부, 기업, 학계는 물론이고 공급자, 파트너, 협력업체, 유통채널, 고객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 간의 긴밀한 의사소통과 협업이다. 모든 것이 통합돼 서로 얽혀 있는 환경에서 소수에 의존하는 의사결정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찾아내고 보다 똑똑한 세상과 보다 똑똑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각계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휘성 한국IBM 사장 leehwi@kr.ib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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