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공룡` 탄생…`데이 원`이 솟아오른다

 통신업계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바로 유선 1위 사업자와 무선 2위 사업자인 KT와 KTF의 합병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최종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 결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 없는 합병 허용’이라는 결정을 내려 합병 승인에 무게를 실어줬다.

 KT와 KTF가 최종적으로 합병을 하게 되면 유무선 사업자인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통신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머지않아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도 합병 논의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가 나오는 상황이다. 그동안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LG데이콤과 LG파워콤 간 합병 논의가 급부상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흘러 나온다.

 만약 KT와 KTF 합병 이후 연이어 그룹 계열사인 유무선 통신사들 간 합병이 이뤄지면 통신IT 시장에서는 유무선 통신사의 합병에 따른 시스템 통합이 핫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KT·KTF, 단계적 시스템 통합 추진할 듯=KT와 KTF는 합병 시점이 임박함에 따라 시스템 통합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 있다. 우선 본격적인 시스템 통합보다는 고객 접점에 해당되는 부문부터 단계적으로 통합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 간 합병이 이뤄지게 되면 무엇보다 각기 존재했던 고객을 동일 시스템으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KT와 KTF 구분 없이 동일하게 고객을 인식, 분석해야만 단일화된 서비스와 마케팅 활동이 가능하다. 이는 합병 시너지 효과와도 관련돼 있다.

 이에 따라 KT와 KTF는 지난해부터 KT 주도로 고객 정보 단일화 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KT의 고객정보 등이 담겨 있는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고객정보자산화(CIA) 시스템과 KTF의 신시스템을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마스터데이터베이스(MDB)도 구축하고 있다.

 ‘데이 원(Day-1)’ 프로젝트에도 착수했다. 데이원 프로젝트는 고객에게 혼란을 주지 않도록 하는 부문부터 적용된다. 예를 들어 KT에서 PCS를 판매하고, KTF 대리점에서 메가패스를 팔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고객에게 혼선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합병 이후에는 KT가 PCS를 재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주사업자 자격으로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스템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로 인해 기존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과 새로운 사업 추진에 필요한 시스템을 통합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 향후 공동으로 운영할 회계운용시스템도 구축해야만 한다.

 현재 이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시스템통합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준비작업에 들어갔는데, 합병 발표 직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데이 원 완료 시점은 합병 승인이 이뤄지고, 통합 고객서비스가 본격 가동에 들어갈 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데이 원 프로젝트로 양사 간 주전산시스템이 통합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KTF는 이미 데이 원을 고려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데이 원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데이 투’ 프로젝트가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데이 투는 양사의 시스템 및 투자 분석을 통해 마케팅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전산시스템 통합, 빅뱅 방식은 아닐 듯 = KT와 KTF에는 합병 직후 단기적인 시스템 통합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현재 각자 사용하고 있는 주전산시스템 통합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러나 아직은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KTF가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진행, 거의 완료 상태에 있기 때문에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KTF의 차세대시스템이 이미 합병을 고려한 상황에서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점이다. KT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설팅과 프로세스혁신(PI)만 진행했을 뿐, 실제적인 시스템 구축은 진행하지 못했다.

 현재 KT와 KTF의 주전산시스템 통합은 그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시나리오만 얘기되고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규모가 큰 KT 시스템을 통합시스템의 근간으로 활용하는 것. 이는 KT시스템이 KTF 시스템보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를 근간으로 KTF의 일부 시스템을 합치는 방안이다. 그러나 문제는 KT 시스템은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아 상당히 노후된 데 비해 KTF 시스템은 이제 막 구축을 완료한 신시스템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새로 구축한 KTF의 신시스템을 근간으로 KT 시스템을 통합하는 방안이다. KTF의 신시스템도 가입자 수 2000만명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의 가용 용량을 갖고 있어, KT 시스템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시나리오 모두 KT와 KTF 시스템이 유닉스 기반으로 같기 때문에 현실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두 시스템 통합 리스크는 상당히 존재한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기존의 양사 시스템을 병행 사용하는 방안이다. 양사 간에 중복되는 부문만 일부 통합을 추진하는 형태다. 현재 KT와 KTF 내부에서는 기존 업무가 다르고, 대상도 다르기 때문에 굳이 무리하게 시스템을 통합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단지, 단일화된 메시지를 고객에게 전달해 줄 수 있도록 시스템 연동만 이뤄져도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KT와 KTF는 현재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 비용이 많이 들고 리스크가 큰 빅뱅 방식의 시스템 통합을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현 시스템을 공동 활용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KT와 KTF는 그동안 내부 전산인력을 KT데이터시스템에 집중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로 인해 KT에서는 600여명의 인력이, KTF에서는 80여명의 인력이 KT데이터시스템으로 이동했다. 향후 두 회사의 전산시스템 통합 작업은 KT데이터시스템이 수행할 전망이다. 오는 2011년에는 현재 각자 보유 중인 데이터센터 시설도 KT가 충북 오창에 구축 예정인 그룹전용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예정이다.

  신혜권기자 hk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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