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부문 조기 사업 발주가 중소업체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해마다 발주하는 PDA 도입 사업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린 것. 사업 발주 시점이 예년에 비해 4∼5개월 빨라지면서 개발 일정이 차질을 빚어 입찰 참여를 포기하겠다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 발주 전이지만 벌써 유찰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매년 7∼8월께 발주했던 PDA 도입 사업을 올해에는 3월에 조기 집행키로 했다. 사업을 주관하는 우정사업정보센터 측은 “내달 초 정식으로 입찰공고를 내고 제안서와 기술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시장과 산업 활성화 취지로 추진 중인 정부의 예산 조기 집행 방침에 따라 일정을 앞당긴 것”이며 “이미 지난 1월에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3월로 앞당겨질 경우 발주기관이 원하는 장비 요구 사양을 맞출 수 있는 기업이 극히 드문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기업이 7∼ 8월 입찰에 맞춰 개발 일정을 잡아 놔 조기 시행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게다가 사양도 크게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우정본부는 지난 1월 간담회를 통해 CPU는 800MHz 이상, 메모리는 각각 롬과 램 256MB 등으로 PDA 장비 사양을 높였다. 이는 CPU 520MHz 이상, 램 128MB 이상 등 지난해 사양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대신정보통신·이노텔레텍·웅진ST·M3모바일·웅진ST·블루버드소프트 등 대부분의 업체가 개발에 어려움을 들어 입찰 참여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PDA 업체의 한 관계자는 “연구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정해진 일정에 따라 개발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며 “조기 집행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일정이 무려 4∼5개월 가량 빨라지면 이를 맞출 수 있는 업체는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특히 개발비 10억원을 들여 이미 개발을 시작한 상황에서 자칫 입찰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개발비 자체를 날릴 가능성까지 있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우정정보센터 측은 “1월 설명회 때 취지를 설명하고 사전 입장을 들어 본 결과, 6개 업체 가운데 2개 업체 정도만 이통사업자 인증 문제를 들며 어려움을 하소연했고 대부분 업체는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여 조기 발주를 결정했다”며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매년 발주 금액으로는 70억∼80억원 가량, 규모로는 6000∼7000대 PDA를 교체와 신규용으로 구입해 왔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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