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경기침체 상황에서 IT의 관리와 역할에 대한 논의가 많다.
이런 상황에 대한 대부분의 조언은 가급적 신규 투자를 자제하고 예산을 축소하라는 것이다. 또한, 숨은 비용을 찾아 내 기존 IT부문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계기로 삼으라는 것이다. IT시장도 이런 기조를 따라 가상화, 클라우드 컴퓨팅, 오픈소스, 성과관리, SLA(Service Level Agreement)강화,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및 자산관리 등 비용절감이 될 수 있는 기술들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요즘 같아선 마치 IT가 초기의 코스트센터로 회귀한 것 같은 느낌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향후 3년은 더 지속될 것이라고도 하니, 비용효율적인 전략은 현재의 IT책임자들에게 매우 유익한 충고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일까?
가트너가 전세계 CIO를 샘플링해 조사한 CIO어젠다2009 조사 결과를 보면, 앞서가는 CIO들은 경기침체가 끝난 이후를 예견해 가면서 오늘의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CIO의 최상위 고민은 2006년부터 3년간 1위였던 ‘비즈니스프로세스의 개선’이나 ‘기업비용 절감’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그동안 후순위였던 ‘신규고객창출과 관리’, ‘신제품 및 서비스의 개발’, ‘신시장 개척 및 글로벌화’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IT에 대한 비용효율성으로 칭찬받을 수 있는 시대가 차츰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IT가 과거처럼 코스트센터가 아니라 성장 센터로서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신제품과 신규고객을 개척할 수 있어야 존재의 이유가 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IT책임자에게 요구되는 경쟁력은 경기침체의 파도에 맞설 때 뿐 아니라 경기침체의 바다를 건넜을 때에도 발휘되어야 한다.
즉 친환경, 투명성, 규제, 글로벌화, 협업 등에 대한 IT의 활용을 통하여 이런 변화를 비즈니스 기회로 개척하는 혁신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경기침체기 IT책임자의 안목은 비용절감의 현재를 보는 근시안이 아니라 경기침체를 딛고 선 이후도 준비하는 천리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IT가 성숙되는 시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IT는 성숙되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현재의 압박 때문에 무조건 계획을 폐지하고 예산을 삭감하면 안 된다. 통상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어 쓸 만하게 성숙되는데 최소 18개월∼24개월은 걸리지 않던가? 인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공들여 키운 인력을 비용절감의 이유로 양적단순조정하기 보다는 다가올 미래시장과 기술을 위하여 더욱 교육훈련에 초점을 맞춘 질적 구조조정을 수행하는 것이 낫다.
둘째, 조직의 경쟁력과 핵심성과지표에 IT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평가해 봐야 한다. 다시 말해서, 성과 면에서 IT예산의 규모가 아니라 만들어 놓은 결과가 조직에 공헌한 기여도를 가지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IT자체의 기술가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얼마나 최신기술을 적용했고, 전사적으로 비용을 절감했는지가 아니라 경영성과와 비즈니스혁신에 공을 세운 결과가 무엇인지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미 1970년대부터 Nolan 등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 논의되어온 정보화성숙모델을 보면 비즈니스 혁신자로서의 IT를 최고 진화단계로 본다. 근 40년이 지난 지금, 학계에서 이론적으로 전망했던 가정이 이제는 IT책임자이자 IT활용자인 우리 모두에게 피부로 느끼는 당면 숙제가 되어가고 있다.
임춘성 연세대 교수(기업정보화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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