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의 여파로 IT업계에도 감원 공포가 짙어지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시스코·델·HP·IBM·인텔·오라클·SAP·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유수의 IT업체들이 수천명씩의 감원랠리에 가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 IT 종사자들이 거리로 내몰렸을 것이라는 예상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인포월드는 이 같은 물음에 ‘꼭 그렇지도 않다’는 내용을 전했다. IT업계(컴퓨팅 업계 중심) 대표주자들이 연이어 발표한 감원계획의 수치와 실제 실직자 사이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발표와 달리 실제 감원 수가 적은데다 올해 IT업종의 임금이 높아지고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직의 압박이 덜하다는 보고서들도 잇따르면서 업계 안팎을 흐르는 비관적인 시선을 잠시 멈춰 세웠다.
최근까지 발표됐거나 보도를 통해 전해진 감원규모는 MS 5000명, 인텔 6000명, 선 6000명, SAP 3000명, 오라클 500명 등이며 델은 지난해 12월 전 세계적으로 8900명의 감원을 예상했다. 지난 주에는 존 체임버 시스코 CEO가 1500∼2000명의 감원을 언급했다. 최근 긍정적인 실적을 낸 IBM도 예외가 아니다.
이같은 대형 IT업체들의 발표을 종합해 보면 1만6000명의 감원설이 나돌고 있는 IBM과, EDS합병으로 2만4600명이 줄어들 것으로 알려진 HP를 제외하고도 감원 수치는 ‘3만5600명’에 달한다.
HP의 감원과 AT&T·스프린트넥스텔·야후 등 통신·인터넷 업종까지 포함할 경우 12만5000∼20만명 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인포월드가 이들 IT 업체에서 실제 실직자를 집계한 결과, 그 수치는 3만5000명의 3분의 1에도 못미친 약 9600명 선으로 나타났다. 실직 공포 또는 공황(패닉) 상태를 불러올 만한 수치가 못된다는 해석이다.
이같은 차이를 두고 인포월드는 발표된 감원이 실제로 진행되는 감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봤다. 나탈리 피토호프 포레스터리서치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교묘한 눈속임(smoke and mirrors)’”이라는 표현으로 배경을 설명했다. 발표된 수치에 이미 공석이거나 앞으로 추가하려던 일자리, 그리고 나중에 실행될 규모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제 감원수치가 부풀려져 있다는 주장이다.
MS가 감원을 발표한 날, 실제로 약 1400명을 줄였고 5000명 중 나머지 인력에 대한 감원은 향후 18개월간 진행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한 예로 꼽혔다.
넬 맥도널드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MS는 향후 1년 6개월간 특정 부문의 채용을 중단함으로써 간단히 그 수치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경영 컨설팅 업체 스트라티바의 프랭코 스카보는 “IT 등 기술분야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보수적인 자세로 비용절감을 꾀해왔고 실제로 알려진 것보다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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