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뉴딜이 희망이다](1부)②패러다임 변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7년 3개국 대표 IT 서비스 업체 비교

 “인도가 대학원생이라면 한국은 중학생이다.”

 인도 컨설팅기업 새티암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곽정섭 동부CNI 상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서비스와 소프트웨어(SW)산업 경쟁력이 글로벌 무대에서는 아직 명함도 못 내밀 정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덩치만 비교해도 게임이 안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IT서비스 업체 삼성SDS의 인력은 8000여명이다. 이에 비해 인도 타타컨설팅서비스는 직원이 12만명에 달한다. 10배를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한국은 반도체·가전·휴대폰 등 하드웨어(HW) 강국이다. 하지만 서비스·SW에서는 여전히 후발주자다.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최강국도 옛말이 됐다. 일본·미국은 물론이고 동남아 국가에서도 인터넷 인프라가 빠르게 깔리면서 비교우위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세계 IT산업은 전환기다. 그동안 HW가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면, 이젠 서비스·SW가 부가가치의 원천이다. 국경 없는 글로벌 시장체제가 가속화되면서 규모의 경쟁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IT제조업에서도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태양광 전지·발광다이오드(LED) 등에서는 우리가 오히려 후진국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IT 강국’의 거품이 꺼지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경고한다.

 ◇IT서비스·SW 글로벌화 ‘발등에 불’=IT서비스·SW산업은 아직도 우리나라가 후발주자다. 세계 톱 클래스와는 무려 25배의 매출 격차가 벌어져 있다. 지난 2007년 미국 IBM의 IT서비스 부문 매출은 50조원을 돌파했다. 반면에 삼성SDS 매출은 겨우 2조원을 넘어섰다.

 SW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매년 한국에서 7000억원 이상의 외화를 벌어가지만, 한국 SW 수출액을 모두 합쳐도 이의 절반이 안 된다. 한국SW산업협회에 따르면 IT서비스 업체를 포함한 국내 SW기업은 8904개에 달하지만 연간 수출액은 2133억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IT서비스·SW 시장이 갈수록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경쟁 메커니즘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경기 침체는 기업들 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지운 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글로벌기업과 게임도 안 되는 국내 IT서비스업체가 그래도 성장을 지속해온 것은 국내 공공 부문 정보화 투자가 끊임없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경기 침체로 민간 부문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 투자마저 위축된다면 해외기업과 격차는 더욱 커져 글로벌기업으로의 도약은 요원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병창 포스데이타 사장은 “한국 IT서비스업체와 SW기업이 비록 해외 메이저와 비교해 규모는 작아도 삼성전자·현대자동차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에 제품을 공급한 좋은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며 “이제 해외 비즈니스에 눈을 뜬 IT서비스 업체에 정부의 지원이 조금만 더 보태지면 글로벌기업으로 이륙할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IT산업 경쟁력 뒷걸음=한국의 IT산업 경쟁력이 정체기에서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것도 문제다. ‘IT 강국’이라는 자화자찬에 도취돼 있는 사이 경쟁국의 추월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08년 IT산업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2007년보다 5계단이나 하락한 8위를 기록했다.

 OECD가 올해 초 발간한 ‘정보기술 전망 2008 보고서’에도 이 같은 우려는 고스란히 묻어났다. 국가별 IT 연구개발 지출이 미국이 OECD 전체의 40%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EU와 일본도 각각 25%와 22%로 비교적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9%로 일본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새 정부가 IT 부문에 무려 3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일본·인도 등도 ‘IT 뉴딜’을 준비 중이어서 이 같은 격차는 앞으로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IT 제조업도 차세대에선 후진국=세계 최강 IT 제조업에서도 차세대 부문은 이미 주도권을 뺏긴 경우가 많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태양광 전지·LED 등이 대표적이다.

 LG경제연구원이 집계한 지난해 태양광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선두 그룹인 독일이 40%를 차지한 반면에 한국은 겨우 2%에 불과했다. 독일·일본·중국 등이 앞서가고 한국은 꽁무니를 쫓아가는 형국이다. 독일·일본 등은 그린IT산업으로 각광받는 이들 산업 육성을 위해 10여년 전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충훈 유비산업리서치 대표는 “독일·일본 등이 태양광 전지와 LED산업에 정부 차원에서 장기간 투자한 것은 기술 변화 로드맵을 간파하고 미래에 투자했기 때문”이라며 “이들 산업은 미래 에너지 전쟁까지 대비한 성격이 강한만큼 우리나라도 좀 더 멀리 보고 성장 기반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정책이 아쉽다”고 꼬집었다.

 이철수 경원대 교수는 “IT산업과 정보화는 기술이나 산업 발전이 워낙 빨라 한번 투자를 멈추면 금방 도태돼 처음부터 다시 투자해야 한다”며 “마치 두발 자전거로 달리듯 계속 페달을 밟아줘야 쾌속 질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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