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글로벌 위기 속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이 닷새 간의 일정을 마치고 1일 폐막됐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비롯, 세계 96개국의 거물급 인사 2500여 명이 각종 세션에 참가해 이번 포럼은 겉보기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및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세계 리더들의 구체적인 대안 제시 없이 마무리 됐다.
◇책임 회피만 난무=이번 포럼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영국과 독일도 현 글로벌 경제 위기의 주범을 미국으로 규정짓고, 오바마 행정부의 보호주의 움직임을 강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환율정책을 비판하며 서로 간에 공방을 벌였다.
특히, 미국은 세계 금융시장의 위기를 초래하면서 경제 침체를 야기했다는 비판의 중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의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 책임 있는 인물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으로 정신이 없다는 점을 들어 예정된 참석 일정을 취소하고 비전문가인 발레리 재럿 백악관 선임고문을 보냈다.
◇보호무역의 딜레마=참석자들은 자유무역과 국제협력을 유지하는 게 세계 경제를 회복시키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점을 공유했다. 그러나 스스로 딜레마에 빠진 듯한 모습이 엿보였다. 자국 산업 보호와 자유무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자국 내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는 미국의 조치를 ‘보호주의’라고 비난하면서 이런 조치가 오래가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독일도 제너럴모터스(GM)의 자국 내 사업부문인 오펠에 대해 18억유로의 조건부 지원을 약속했다. 영국은 자국 자동차업계에 채무 보증을 제공하고 있고 프랑스 정부는 이달 초 국내 자동차 업체 지원을 위해 60억유로를 투입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자유무역을 강조한 포럼 기간 내 미국에선 역설적으로 보호무역 소지가 있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28일(현지시각) 미국 하원을 통과한 8190억달러 규모 경기부양 법안에는 도로·교량 등 인프라 투자 집행시 사용되는 철강 등 일부 품목에 대해 미국산 제품을 우선 구매토록 하는 내용이 담겨 WTO 규정을 위배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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