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의 설비투자(CAPEX) 상승세가 5년만에 처음으로 올해 꺾일 전망이다. 시스템, 단말, 콘텐츠 등 전후방 통신산업을 비롯한 IT산업 전반의 엔진 구실을 해온 통신 투자가 위축되면서 선순환 구조 붕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한편 경기 회복을 위해 대기업의 투자를 확대하려는 정부 정책에도 차질이 예상됐다. 정부가 위축된 통신 투자 분위기를 반전시킬 투자 유인책 등 다각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업계에 따르면 KT·SKT·LG 등 3대 통신그룹의 총 설비투자는 올해 6조6500억∼6조7500억원 규모로 6조9000억원에 육박했던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 전망이다.
통신 설비투자는 지난 2005년 5조3848억원으로 전년보다 늘어난 이후 해마다 4000억∼8000억원 씩 증가했으며, 경제 위기가 몰아닥쳤던 지난해에도 총 6조8975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통신 설비투자는 각 그룹의 전반적인 축소 방침으로 인해 많아야 6조7000억원대에 그칠 전망이다.
LG 통신3사(텔레콤·데이콤·파워콤)의 투자는 텔레콤의 축소(900억원 이상)로 인해 지난해에 비해 660억원 이상 줄어든 1조25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SK통신그룹(SKT·SK브로드밴드)은 아직 올해 투자규모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작년에 비해 5∼10% 가량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SKT의 장동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세대(G) 네트워크 투자 감소로 전체 설비투자가 줄 것으로 보이지만 총 규모를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KTF와 합병을 추진 중인 KT는 지난해에 비해 500억원 늘어난 3조2000억원의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합병에 따른 투자 시기 조정과 중복 투자 최소화 등으로 인해 실제 투자 규모는 줄어들 전망이다. KT와 KTF의 통신 투자는 지난 2006년 3조5876억원을 정점으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투자가 줄어들었다.
통신사업자들은 지난해 3G 네트워크 전국망 구축과 와이브로 수도권 확대 투자 등을 사실상 마무리해 올해 투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경기 침체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축소 폭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KT-KTF 합병, 주파수 정책 변경 등의 변수까지 겹쳐 KT는 SK통신그룹, LG통신그룹의 전반적인 투자 일정과 규모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다.
통신사업자의 투자 축소 움직임은 정부의 기업투자 확대 의지와도 정면 배치된다. 정부가 각 산업계에 투자 확대를 독려하는 상황에서 되레 수백억원 단위로 투자를 줄였기 때문이다. 투자 축소는 산업 선순환의 최정점에 선 통신사업자의 위상을 고려할 때 논란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통신서비스 투자는 통신 전후방 산업은 물론 IT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력이 커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는 정부 차원의 투자 유인책을 마련하는 등 제반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신 설비투자에 대해 세금을 줄여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가 논란 끝에 1년 연장됐지만 수도권 과밀 지역과 관련한 세제 혜택은 되레 줄어 사업자에 오히려 타격이 됐다. 신규 서비스에 진출에 따른 지원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통신사업자들의 투자 계획에 대한 장기적인 점검과 확인 작업도 필수적이다.
한 통신 전문가는 “정부가 말로만 투자 확대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경기가 어려워 개별 기업이 미래를 보고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관련 세제 등을 보완해 투자를 독려하는 것은 물론 투자 심리 자체를 북돋울 신규 서비스 창출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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