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2009]대기업-한국경제 미래가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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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를 기회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엔화 강세다. 반도체와 LCD는 바닥이어서 좋아질 일만 남았고, TV와 휴대폰도 동종업계보다 성장 폭이 훨씬 커 느낌이 좋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불경기지만 마케팅과 연구개발 투자는 계속해야 한다. 소니를 누르고 디스플레이 부문 세계 2위로 도약하겠다.” (강신익 LG전자 홈 엔터테인먼트 사장)

“경기 침체가 최대 경쟁자였던 일본업체를 비롯한 다른 업체를 따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안명규 LG전자 북미지역본부 사장)

‘기회가 왔다.’

새해 벽두에 전자·IT 시장을 달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09’를 찾은 주요 임원은 한결같이 지금이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주변 분위기는 착 가라앉고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산업계를 대표하는 간판 CEO들은 오히려 지금이 투자 적기라며 공격 경영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한마디로 ‘위기’는 객관적인 상황일 뿐이라는 것이다. 위기라는 공통분모는 같지만 상황을 어떤 프레임으로 보는지에 따라 지금이 확실한 ‘기회’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제일기획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IMF 불황기(98∼99년)에 광고·마케팅 비용을 늘린 기업은 같은 기간 동안 97년 대비 두 배(199%)가량 매출이 늘었다. 반면에 광고비를 포함한 마케팅 비용을 축소한 기업은 매출이 94% 수준으로 추락했다.

불황기를 얼마나 지혜롭게 넘기는지에 따라 긴 터널을 지났을 때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지, 그냥 위기로 보는지에 따라 기업의 운명은 ‘180도’로 달라진다. 따지고 보면 산업계는 하루하루가 전쟁터고 CEO는 단 몇 분도 마음 편한 날이 없다. 다행히 우리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과거 역사를 들춰 보면 숱한 위기 상황을 극복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광복 이후 짧은 시간 동안 세계가 놀랄 만큼 압축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눈부신 성공 신화는 곧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해 온 역사의 기록이었다. 50년대 한국 전쟁, 70년대 오일쇼크, 80년대 민주화, 90년대 말 외환위기까지 배경과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이를 도약의 계기로 삼았다. 결국 위기 돌파의 DNA가 우리 기업을 떠받쳐 온 원동력이었다.

새해 벽두 주요 기업은 불황이지만 지금 이후를 대비한 마스터플랜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삼성은 선택과 집중, 스피드와 창조 경영, 상생 협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태세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저장장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등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분주한 상황이며 삼성SDI는 하이브리드차용 2차전지 사업과 태양전지 개발 등으로 지속 성장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등 주요 핵심 역량을 극대화하고 태양전지 라인 건설과 발광 다이오드(LED) 사업 강화 등 차세대 사업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산업 리더로 부상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SK도 자원이 무기가 되는 에너지 전쟁 시대에 대비해 유전과 광물을 확보한 자원 기업으로 변신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공격 마케팅의 포문을 열면서 앞선 통신 서비스로 해외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올해는 말 그대로 ‘시계제로’ 상황이다. 금융 위기가 실물 경기로 이어지면서 경제 한파가 어디까지, 얼마나 몰아칠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힘든 기축년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불황은 기업 측에서 분명 호재는 아니다. 오히려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악재다. 그러나 기업이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고 명성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과거 수많은 기업의 흥망성쇠는 항상 위기와 함께했다.

전자·IT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다행히 우리는 외환 위기 등 몇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 체질이 크게 개선된 상황이다. 게다가 지금 경기 불황은 모든 산업계가 공통으로 겪고 있다.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불황을 얼마든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속하게 대처해 나가면 위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기라고 이야기하지만 우리에게는 황금 같은 기회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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