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나노소자로 주목받는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공기 중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n형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성균관대 물리학과 이영희 교수팀은 13일 산화 환원 화합물인 비올로겐 분자를 이용해 공기 중에서 수개월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n형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장 이조원)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화학분야 권위지 `미 화학회지(JACS)` 1월호에 게재됐다.
탄소나노튜브는 지름이 수나노미터(㎚=10억분의 1m)이고 탄소로 이루어진 속이 빈 튜브 구조의 물질로 21세기 최고의 나노소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로 트랜지스터를 만들면 나노미터 크기의 고집적 테라비트(Tb=1천Gb) 메모리, 높은 전기전도도를 이용한 초고속 컴퓨터 제작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돼 세계적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로 트랜지스터를 만들려면 실리콘 반도체처럼 외부에서 물질을 주입, 전류 주운반자가 양(+) 전기를 띤 정공인 p형이나 주운반자가 전자인 n형으로 원하는 대로 특성을 바꾸고 그 양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탄소나노튜브는 공기 중에서 산소나 수분 등에 의해 저절로 p형 트랜지스터가 되기 때문에 안정한 n형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비올로겐이라는 분자를 이용해 공기 중에서도 수개월 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n형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를 처음으로 제작했다.
중성 비올로겐 분자가 들어 있는 톨루엔 용액을 탄소나노튜브 위에 떨어뜨리면 톨루엔이 증발하면서 바이올로겐 분자가 탄소나노튜브에 전자를 주고 자신은 더 안정한 이온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이때 비올로겐으로부터 전자를 받은 탄소나노튜브는 주운반자가 전자인 n형 트랜지스터가 되며 이 트랜지스터는 3개월간 공기 중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탄소나노튜브에 주입되는 비올로겐의 양은 떨어뜨리는 용액의 양을 통해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다. 또 남아있는 비올로겐은 안정한 상태를 유지해 보통 작업 환경에서도 트랜지스터를 제작할 수 있으며 작업방법도 아주 간단해 실제 공정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안정한 n형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 제작기술 개발로 탄소나노튜브 메모리소자나 논리소자도 만들 수 있게 됐으며 이를 이용해 컴퓨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 응용은 그동안 미국 IBM 등 선진국이 주도했으나 이번 성과를 통해 첨단 나노기술 분야에서 원천특허를 확보하고 차세대 반도체 기술분야에서 선진국과 대등한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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