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인력의 수출과 유입을 막는다고 미국의 국가안보와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국립과학원(NAS)이 오바마 정부가 첨단기술(하이테크)의 수출을 개방하고 관련 고급인력의 자국내 이민을 활성화는 규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12일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NAS의 연구부문인 국가연구회의(NRC)는 존 헤네시 공동원장(스탠포드대 총장), 스카우크로프트 국가안보자문을 중심으로 한 전문가 위원회를 통해 오바마 정부가 출범 즉시 첨단기술 수출, 해외 과학자·엔지니어 유입과 관련된 냉전시기의 규제를 바꾸거나 철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혁신의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유용한 기술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제안은 오바마 당선인이 대선과정에서 고급 기술자의 미국내 유입을 장려하는 ‘포괄적인(comprehensive) 이민 개혁’, 우주 산업 분야에서 ‘과도하게 경쟁력을 방해하는’ 수출통제 원칙의 재검토 등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어 정책 반영여부가 주목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략 기술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 제한은 미국이 과학·기술 부문에서 세계의 리더로 자리잡았던 지난 수십간 유용했을지 모르지만 그 지배력을 잃어가고 있는 오늘날에는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심지어 군사 기술도 점차 민간 연구개발을 통해 확보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규제는 더 이상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경제 성장과 혁신을 방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존 헤네시 총장은 “우리는 핵기술처럼 근본적인 위협을 주는 기술과 일부 컴퓨터·통신 기술과 같은 보편적인 기술들을 구분하는데 실패했다”며 “간혹 미국 밖에서 합법적으로 활용 중인 기술이 우리의 수출통제 리스트에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스카우크로프트는 “규제가 미국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타국 동료들과 협업하는데 제약이 됐다”며 “이는 곧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오히려 결국 국가안보에도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기술이 위험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면 수출에 적당하다는 점을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보수성향의 연구그룹 헤리티지재단의 베이커 스프링은 “그 같은 변화에 일부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급격한 것은 불완전하기 마련”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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