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사업자 매출 1위 KT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성장 정체다.

 KT는 지난 2001년 매출 11조5182억원을 기록한 이후 2008년 매출 11조9000억원(추정치)에 이르기까지 8년 연속 매출 11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KT의 주력사업인 유선전화(PSTN)와 초고속인터넷은 ‘정체’ 상태에 진입했다. IPTV와 와이브로·인터넷전화(SoIP) 등 신규사업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기존 수익 정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수익 창출은 요원하다.

 성장 정체는 KT만의 문제는 아니다. KTF도 마찬가지다.

 꾸준한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KTF는 이동통신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황이라는 점에 고민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KT와 KTF가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이 같은 상황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다. 갈수록 고도화되는 유무선 통신 시장 수요에 맞춰 ‘통합’으로 컨버전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최적의 카드라는 판단이다.

 KT와 KTF 간 합병이 분산된 자원의 효율적 이용으로 KT와 KTF의 네트워크 운용 및 유무선 가치 창출 서비스 노하우를 극대화하는 한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공감대는 이미 충분한 상태다.

 KT와 KTF가 합병하면 기존 이동통신 재판매 수수료 및 상호접속료 등 ‘내부 거래’ 1조2000억원가량을 제외하더라도 ‘통합KT’는 매출 18조∼19조원에 이르는 거대 컨버전스기업으로 변신한다.

 KT가 KTF와 합병을 서두르는 것은 단순한 덩치 키우기와 자원 및 비용 효율화를 위한 차원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절박함에서다. 급변하고 있는 유무선 시장 경쟁 상황이 이를 말해준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초고속인터넷과 IPTV를 보유한 유선통신 2위 사업자 SK브로드밴드를 인수했다.

 LG데이콤과 LG파워콤 간 합병은 시간 문제다.

 유무선 통신이 통합되는 등 결합서비스 시장으로의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KT와 KTF 합병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