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
PC·휴대폰 등 전 세계 핵심 IT제품의 주력 생산기지인 대만으로부터 IT산업의 급속한 하락 국면을 입증하는 경고장이 날아왔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최대 전자제품 주문자상표부착(OEM) 생산업체인 대만 혼하이그룹 궈타이밍 회장이 세계 IT산업의 침체 정도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세 배 이상 심각하다는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경고는 혼하이가 애플·HP·델 등의 제품을 생산하면서 지난 10년간 연 50%의 눈부신 성장을 거뒀다는 점을 고려할 때 IT산업이 실질적으로 광범위한 타격을 입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실제로 혼하이는 올들어 1∼10월까지 월 평균 매출 증가율이 27%로 내려앉았으며 지난달 계열사를 제외한 본사 매출은 고작 1%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2·3분기에는 대만증권거래소에 매출을 보고한 지 14년만에 처음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 올해 혼하이의 주가는 60%나 빠졌다.
특히 전 세계 노트북PC의 75%와 다양한 소비자 가전제품의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대만의 주요 외주 생산업체들이 최근 줄줄이 4분기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위기 상황을 증명하고 있다.
대만의 콴타컴퓨터·콤팔전기·위스트론 등 매출 기준 세계 3대 노트북PC 생산업체들은 모두 4분기 출하량을 줄였다. LCD 패널 제조업체인 AU옵트로닉스도 TV와 모니터 제조업체에게 공급하는 패널 물량이 4분기에 전 분기에 비해 30%나 급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양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타이완세미컨덕터매뉴팩처링(TSMC)과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도 4분기 매출 전망을 낮췄다.
외신은 대만 전자제품 제조업계의 최근 상황이 올해 중국의 소규모 제조 시설에서 나타난 문제들이 혼하이 등 대기업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제니 라이 CLSA 아태지역 수석 애널리스트는 “대만 전자업계에서 전해진 일련의 나쁜 소식들은 세계 IT산업이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조”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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