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모바일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가 최근 진단했다.
한때 스마트폰 운용체계(OS) 시장점유율 2위를 자랑했던 윈도모바일은 노키아의 ‘심비안’, 애플의 ‘OS X’, RIM의 ‘블랙베리OS’에 이어 지난 3분기 점유율 4위(13.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이폰 단 한 기종의 판매량이 윈도모바일 55개 기종의 판매량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하는 ‘앱스토어’가 인기를 끌면서 MS는 아이폰 첫 애플리케이션 ‘시드래곤(Seadragon)’을 15일 내놓기까지 했다.
문제는 윈도모바일의 위기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애플의 스마트폰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조만간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를 통해 애플이 아이폰을 초저가대에 공급할 것이라는 보도도 잇따라 흘러나오고 있다. 애플 측은 공식 밝히지는 않았지만, 외신들은 다양한 소스원을 동원해 아이폰 월마트 공급가가 99달러라고 덧붙였다.
스트레터지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는 “이 정도 분위기라면, 윈도모바일 시장점유율이 내년 11%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AT&T의 행보도 윈도모바일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 최대 통신사인 AT&T가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을 하나의 OS로 통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가 주목하는 OS는 윈도모바일이 아니라 심비안이다. 로저 스미스 AT&T 차세대 서비스 총괄임원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심비안파트너이벤트’에 참석해 “분열된 플랫폼으로 인해 지원에 어려움이 있다”며 “AT&T 브랜드로 팔리는 스마트폰 OS부터 통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비안이 신뢰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라고 말해 사실상 통합 플랫폼이 심비안으로 내정됐음을 시사했다.
AT&T 홍보 대변인은 “윈도모바일 역시 AT&T의 주요 파트너사다”라고 공식 밝히며 OS 통합 논란을 진화하는 데 진땀을 뺐다. AT&T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스마트폰 전략이 심비안 쪽에 상당히 기울어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인 개방형휴대전화연맹(OHA)이 보다폰, 소니에릭슨, ARM 등을 대거 회원사로 영입, MS를 더욱 긴장시켰다. 소니에릭슨은 최초의 윈도모바일 스마트폰인 ‘엑페리아(Xperia X1)’를 내놓았던 회사다. 소니에릭슨은 내년 중반 안드로이드 기반 신형 휴대폰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G1이라는 첫번째 구글폰을 내놓았던 HTC는 MS의 전략적 파트너사였다.
MS로서는 윈도모바일 개발자들을 잃는 것만큼 더 뼈아픈 일은 없다. 벤처업체에서 일하는 코우식 두타 개발자는 최근 윈도모바일에서 안드로이드로 ‘줄’을 갈아탔다. 그가 일하는 곳은 MS 공동 창업자 폴 알렌이 투자한 곳이다. 그는 “활용성 측면에서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더 낫다”면서 “윈도모바일에선 무거운 애플리케이션을 구동시키면 느려진다”고 말했다. 윈도모바일이 터치 아닌 스타일러스펜에 더 적합하도록 설계된 것도 약점이다.
관련 업계는 윈도모바일의 주요 업데이트는 2010년 이후에나 이뤄질 예정이어서 당분간 획기적인 인터페이스 전환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MS가 더 늦기 전에 구글의 ‘클라우드 컴퓨팅’과 애플의 ‘앱스토어’ 모델을 과감히 벤치마킹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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