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IT문화 이제는 학교다](124) W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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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장, 에너지, 융복합, 노벨상 수상자…. 이와 같은 키워드를 하나로 묶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WCU’ 입니다. 얼마 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표한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으로 각 대학이 떠들썩합니다. 선정된 학교는 선정된 이유대로 새로운 학과를 만들랴, 해외에서 우수 석학 모셔오랴, 교내 인프라 구축하랴 바쁩니다.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WCU 덕분에 내년부터 새로 생길 학과에 관심이 높습니다. 이번 주에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인 WCU에 대해 알아봅니다.

 

 Q.WCU가 뭔가요?

 A.‘WCU’는 세계적 수준의 대학(World Class University) 육성사업의 줄임말로 올 6월 정부가 마련한 교육 부문의 국가 발전 사업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국가 발전 핵심 분야 연구를 추진하고 인재를 양성하며 해외 과학자를 확보해 대학 교육 연구 풍토를 혁신하고 국내 대학을 세계 유수의 연구중심대학 수준으로 키우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이 사업은 지난 김대중 정부의 ‘두뇌한국(BK)21사업’, 노무현 정부의 지방대학 특성화 지원사업인 ‘누리사업’의 뒤를 잇는 이명박 정부의 대규모 대학재정 지원사업입니다. 해외 석학을 데려와 수준 높은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다양한 전공을 만드는 대학에 더 많이 지원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비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지원되는데 △신성장 동력 창출 분야의 새로운 전공·학과 개설(제1유형) △개별 학자 초빙(제2유형) △세계적 석학 초빙(제3유형) 등이 그것입니다.

 내년부터 노벨상 수상자 9명 등 81명의 해외 석학이 국내 30개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를 하게 되며 앞으로 5년간 8250억여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라고 보면 됩니다.

 

 Q.기존 대학 육성 프로젝트와 특별히 다른 점은 뭔가요?

 A.융·복합 학문을 키우고 대학의 글로벌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입니다. WCU사업 공모 초기부터 국가·사회발전과 학문 성장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전공분야의 융·복합 예시로 △경영+산업 △디자인·예술+공학 △수학+전산+경영 △생물+물리+철학 △인문학+자연과학 △사회과학+자연과학 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최종 선정에서도 에너지 과학이나 뇌공학, 음악·미술·공학을 한데 묶은 학과 등 융·복합 분야가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또 해외 선진학자를 다수 영입하는 것을 필수조건에 뒀다는 점도 다른 점입니다.

 

 Q.WCU에서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있나요?

 A.신성장 에너지 융합공학이나 공학과 예술의 융합, 의생명과학 등 이공계열의 융합학문 등이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융합학과는 이명박 정부 출범 시 천명했던 ‘신성장 분야’의 한 부분이기도 하지요. 반면에 인문사회 분야는 46개 신청과제 중 3개만 선정돼 공학을 위한 WCU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Q.WCU가 되면 좋은 점이 있나요?

 A.두 가지로 장점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국내 대학 국제화의 촉매 역할과 첨단 기술과 신분야 발굴 및 육성이라는 차원입니다. 그동안 국내 대학의 국제화 수준에 대한 지적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WCU를 통해 노벨상 수상자 9명을 비롯한 81명의 해외 석학이 내년부터 국내 30개 대학에서 몇 년에 걸쳐 강의와 연구를 담당하게 되면 국내 연구 환경이나 강의 수준을 국제적 수준으로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WCU 사업이 강조하는 ‘일시적인 해외학자 초빙·영입’은 한계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기도 합니다. 유명 학자를 데려온다 하더라도 이들의 연구를 뒷받침해 줄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Q.WCU 때문에 한국을 찾는 외국 학자는 누가 있나요?

 A.서울대는 1995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파울 크뤼첸 박사를 초빙했습니다. 파울 크뤼첸은 오존층 두께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적 메커니즘을 구명한 석학입니다. 이화여대는 지난 2005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그럽스 박사와 1996년과 2006년 각각 노벨 평화상을 받은 조제 하무스 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 무함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를 불렀습니다. 생명공학을 육성 중인 경원대는 반도체와 초전도체의 터널 효과를 발견해 197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노르웨이 출신 이바르 예베르 박사를, 건국대는 200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로저 콘버그 스탠퍼드대 교수와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루이스 이그나로 UCLA 교수를 초빙했습니다. 한양대는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앤드루 파이어 스탠퍼드대 교수를 섭외했습니다. 이들은 내년부터 학생들에게 직접 강의하고 국내 교수들과 공동 연구를 하게 됩니다. 교과부는 다른 대학 학생들도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는가 하면 초빙 석학들로 ‘노벨 포럼’(가칭)을 구성해 국민 대상 강연회도 열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관련도서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향한 도전, 필림 알바치·조지 발란 저, 신정철 역, 교육과학사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을 향한 도전을 각국의 다양한 통계자료 및 분석자료를 통해 정리해 놓은 책이다. 또 그 나라의 고등교육 상황과 정치·사회적 상황 또한 면밀히 살폈다. 특히 그동안 나왔던 책들이 연구중심대학에 관한 논의를 이끌어왔던 미국, 유럽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연구중심대학 강국뿐 아니라 다소 소외돼왔던 아시아·중남미 국가 사례를 다루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인도·한국을 다뤘고, 중남미 국가 중에서는 멕시코·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 등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지식의 대융합, 이인식 저, 고즈윈

 우리나라 ‘전업 과학칼럼니스트 1호’라는 별명을 가진 저자가 쓴 이 책은 이번 WCU 선정에서 핵심 키워드였던 ‘융합 지식·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개론서다. 학문 간 연구 성과와 새롭게 출현한 융합 학문의 탄생과정을 △인지과학과 지식 융합 △뇌과학의 발달에 따른 신생 학문 △마음의 연구에 진화론이 적용되면서 주목을 받게 된 신생 학문 △복잡성 과학과 융합 학문 △인공생명의 진화 과정과 창발 과정 △기술 융합의 여러 측면과 환경 문제를 비롯한 사이보그 사회와 포스트 휴먼 시대 등으로 나눠 설명한다. 유행처럼 불고 있는 융합 학문의 뿌리가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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